비트코인 현물 ETF 이후 빠른 의사결정+M&A 필요성 증대
"김범수도 복귀했는데..." 1세대 게임인의 강한 현장경영 의지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사진=위메이드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사진=위메이드

게임한류 개척자로 불리는 1세대 게임 개발자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이 전격 경영 일선에 복귀해 주목된다. 그의 '깜짝 복귀' 탓에 위메이드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사실 그의 경영 현장 복귀는 올초부터 준비된 이벤트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관측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부터,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코인 생태계를 오너가 직접 따라잡겠다는 것. 단순 책임경영을 넘어, 창업주가 직접 웹 3.0 시장을 개척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은 지난 14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을 공식화하고, 기존 장현국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기로 했다. 장 대표의 지위를 높여주고, 대신 오너인 박 의장이 직접 웹 3.0 키를 잡겠다는 각오다. 장 부회장은 여전히 위메이드에 남아 글로벌 웹 3.0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 제기된 장 대표의 사법리스크와는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972년생인 박 회장는 사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게임업계에서 비교적 고령에 속한다. 국내 대표 1세대 게임 개발자로, 네이버-카카오-넥슨-엔씨소프트 등 판교 테크노밸리 내 '빅테크' 창업주들과 동년배다. 이중 이사회 멤버가 아닌, 현역 경영진으로 활동하는 이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더불어 박 회장 뿐이다. 

그는 지난 1996년 액토즈소프트에 입사해 개발팀장을 역임한 뒤, 미르의 전설1을 개발해 스타 개발자로 발돋움했다. 이후 위메이드로 독립해 미르의 전설2를 개발했다. 특히 원작보다 미르의 전설2가 크게 흥행하며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 IP로 거듭났다.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 게임은 현지에서 크게 흥행하며 지난 2004년에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65% 점유율을 달성, 게임한류의 선구주자로 꼽혔다. 

이후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투자 사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판교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만큼, 천재적인 투자감각을 뽐냈다. 위메이드는 카카오의 초기 투자자로서, 지난 2011년과 2012년 카카오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원을 투자했고 5년 만에 지분 전부를 처분해 약 8배에 달하는 2000억원 규모의 목돈을 챙겼다. 

또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을 정복한 카카오게임즈 오딘 또한 위메이드의 대표적 투자 성공 사례다. 위메이드는 지난 2018년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50억원 가량을 투자, 약 지분 7%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해 지분 약 3%를 1187억원에 팔았다. 수익률이 무려 20여배에 이른다.

최근에는 히트 게임 나이트크로우의 투자로도 재미를 봤다.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 개발사 매드엔진 지분 40% 가량을 보유 중이다. 현재 매드엔진의 기업가치는 이미 유니콘 규모로, 위메이드의 보유 지분 가치가 상당하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위메이드의 실제 투자액은 5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그는 일찍부터 블록체인 시대를 예견하고, 웹 3.0 생태계 위믹스 구축을 주도했다. 실제 그는 경영을 총괄한 장 대표와 별개로 꾸준히 위믹스를 매입하며, 오너의 책임경영을 실천해왔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박 대표의 위믹스 보유량은 1800만개에 육박한다.

사실 위믹스는 올들어 중대 기로에 서있다. 미르4 글로벌에 이어 나이트크로우 글로벌까지 초반 흥행에 성공, 이제 위믹스 생태계 내 게임 동시접속자 합계는 50만명을 넘어섰다. SK그룹 등 대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더욱 공고해졌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이용자가 나오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국내 테크 기업의 해외 수출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위메이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웹 3.0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코인 기반 유틸리티 생태계가 힘을 받고 있어 더욱 빠른 의사소통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박 대표가 후방 지원 차원을 넘어, 이제 적극적으로 웹 3.0 개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뿐 아니라 웹 3.0 생태계 전반을 그가 직접 돌보겠다는 의지다. 판교 이웃인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도 그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메이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위믹스 생태계를 폄하하려는 이들은 수년째 사법리스크를 걸고 넘어졌고, 이번 인사는 이와 별개로 창업주의 적극적 경영의지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국내 코인 거래소 일제 퇴출 이후에도 위믹스는 살아남았고 미르 외에도 나이트크로우까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만큼, 창업주 주도의 적극적 M&A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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