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지분 사태를 둘러싼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았지만, 기업의 경영 방침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기업의 경영 방침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에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대 기업 분쟁에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섰다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네이버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를 기업으로 인식해, 경영환경에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7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 라인야후가 제출할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인야후 사태가 장기적으로 접어든 만큼 당장의 지분 매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음 주 중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 질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국익, 국민 정서 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대응방침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외국 정부로부터 국내 기업의 이익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엄밀히 따지자면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간의 지분 매입 다툼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이 지난해 정보 유출로 인해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고, 라인야후의 중간지주사인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압박하는 형태다. 만약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A홀딩스의 주식을 소프트뱅크에 일부라도 넘긴다면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경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신중했던 네이버…틀어진 경영계획
네이버 측은 줄곧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서 내부 논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던 네이버의 계획이 실타래처럼 꼬였다. 소프트뱅크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과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검토했을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지분매각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면서 국내 기업을 일본에 빼앗기는 프레임이 씌워지게 됐다. 당연히 네이버에서는 지분매각 등을 포함한 어떠한 해결방안도 섣불리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라인야후 사태가 양국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며 정부에서는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업해 라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서는 정치 공세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복합적으로 사태가 얽히며 네이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만약 소프트뱅크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해외시장에 진출해 기껏 성장시켜온 기업을 넘기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라인망가, 보안솔루션 등 일본에 진출해 있는 서비스 역시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유하게 되면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 사이에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어느쪽을 택하더라도 네이버의 경영 방침과 성장에 모두 '득'이 아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아닌 기업대 기업간의 문제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입장발표를 아끼는 방식으로 이끌어왔다"며 "현재 사태로 이어지기 이전에, 과연 정치권에서 너나할거 없이 개입했어야 했는지,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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