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 간 엇박이 계속되고 있어 업계 혼란이 가중된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오기 등에 대한 예방에 주력하는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범위를 넓히며 처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양 부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특히 양 부처가 공동으로 '확률형 아이템 공략집'을 배포한 지난 28일 공정위가 크래프톤과 컴투스에 현장 조사를 단행하며 문체부에서 실시 중인 절차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산하에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두고 사업자들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다. 미준수 사례가 적발되면 시정 요청과 시정 권고, 시정 명령을 하는 3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하면 공정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는 게임위 측도 지난 3월 법안 시행에 앞서 간담회를 열고 사업자 의견 청취를 강조했다.
하지만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공정위가 잇따라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요즘은 문체부보다 공정위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 자리에서 소비자 보호를 게임산업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며 업계에 대한 제재 기조도 강화 일변도를 걷고 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지난달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온라인), 위메이드(나이트 크로우), 웹젠(뮤 아크엔젤)에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엔씨소프트(리니지M·리니지2M)는 게임사업자가 게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관여하는 '슈퍼계정'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가 전면에 나서면서 산업계는 경색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오기 건에 대해 '휴먼 에러'라고 해명했지만, 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사안에 대해 함구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법조계는 공정위 조사에서 정량적 요소보다 정성적 요소인 행위의 고의성이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조사 대상에 오른 사업자 대부분은 칼자루를 쥔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메이플스토리'가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게임 내 확률을 조작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해 공정위가 약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넥슨 사례 외에는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넥슨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사 기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소명 기회를 결국 법정에서 마련하게 된 것.
업계에서는 주무 부처의 역할 확대를 기대 중이지만 문체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 취지 상, 예방과 계도에 초점을 맞춘 문체부 기능이 공정위 조사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체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엇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규제 강화 기조에 대해서도 답을 피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확률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시행하면서 이용자와 업계의 의견을 조율하려 하고 있다"며 "문체부의 역할을 다하면서 공정위와도 소통해 역할 분담에 대한 부분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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