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로 불리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손을 맞잡았다. 사촌형제 사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쿠팡을 비롯한 중국계 신흥 이커머스를 상대로 연합전선을 꾸리기로 한 것이다. 핵심은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유통 콘텐츠를 CJ가 이식받고, CJ의 경우 강력한 물류 인프라를 제공하는 형태다.
5일 양 그룹은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MOU) 체결식을 체결, 구체적인 시너지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이마트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이 CJ대한통운의 오네(0-NE) 서비스를 도입, 익일(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G마켓이 CJ대한통운의 물류를 활용, 쿠팡 수준의 빠른 배송을 제공하게되는 것. 이르면 다음달부터 G마켓 익일보장 택배가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 G마켓과 CJ대한통운은 판매자(셀러) 대상으로도 도착보장 서비스 협력을 강화한다. 셀러는 판매를 늘릴 수 있고 고객은 더 많은 상품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SSG닷컴은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게 맡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김포 NEO센터 2곳과 오포 첨단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경기 김포와 오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곳의 위탁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것을 넘어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SG닷컴은 본업인 식료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사실 SSG닷컴은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 직접 배송을 꾀했다. 이 전략은 대규모 손실을 일으켰다. 실제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SSG닷컴은 3년간 연평균 1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도 신세계그룹은 든든한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SSG닷컴, G마켓의 물류와 배송 물량을 확보하게 돼 이득이다. CJ대한통운의 핵심 고객인 알리와 테무 등도 지난 4, 5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탓에 신세계그룹 물량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공동 상품 개발과 멤버십 협업도 확대할 전망이다. 현재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 등을 운영 중이다. CJ는 CJ ONE 포인트 멤버십을 갖고 있다. 신세계 멤버십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혜택에 강점이 있다. CJ는 CGV, 올리브영 등 독보적인 전문 분야에서의 포인트 적립과 사용이 장점이다. 양사간 멤버십을 공유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두 그룹의 오너인 정용진 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그간 그룹의 주력인 유통과 식품 분야에서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고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쿠팡의 외형이 연일 확대되고 있는데다, 중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한 신규 사업자가 끈임없이 등장하며 이젠 손을 맞잡고 대항하겠다는 각오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