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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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직매입·자체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PB를 운용하는 대다수의 이커머스 업계가 동일한 상황에 처한 탓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한다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유통 사업자들이 온라인상 직매입과 오픈마켓 또는 위탁 판매자를 병행, 자사 PB상품을 띄워주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고물가 시대에 PB상품은 유통업체의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며,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 진열한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선 코스트코와 이마트, 온라인에선 이마트몰과 마켓컬리,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이 여기에 해당하다. 예컨대 우유로 검색하면 대형마트나 이커머스가 운영하는 PB상품이 똑같이 검색 상단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마트몰 역시 계란을 검색하면 피코크 계란 및 PB 물티슈가 가장 먼저 노출된다.

이는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인하고 있는 제품을 출입구에 배치하거나, 소위 '주력으로 미는' 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상품진열을 갖고 문제를 삼자, 이커머스 업계에선 "대놓고 이커머스 역량이 부족한 대형마트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알고리듬을 조정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올 만큼, 식품 쪽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공정위 규제를 경계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투자해서 만든 플랫폼은 공공의 것이 아닌데, 상품진열까지 건들이는 것은 시장 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쿠팡 측은 "우리나라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는 고물가 시대 유통업체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이 '커클랜드 없는 코스트코'나 '노브랜드 없는 이마트'를 상상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은 "모든 유통업체들은 이런 차별화 전략에 따라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PB 상품을 고객들 눈에 가장 잘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고,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PB상품의 골든존 진열을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고, 우선 노출과 관계없이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쿠팡은 "소비자들은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같은 온라인 쇼핑몰 내 다른 상품과의 비교는 물론 다른 온라인몰과 가격비교 사이트까지 검색하는 등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쿠팡의 경우 PB상품의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고 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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