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쿠팡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의 로켓배송과 PB상품의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의 대장주 쿠팡의 사세위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20일 개최 예정이었던 부산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전격 취소했다. 지역소멸 등 범국가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던 쿠팡 입장에서 공정위의 일방적 규제가 사업 불확실성을 키운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천억대 이상의 대규모 과징금과 고발 조치에 따라 쿠팡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겠다던 전국민 100% 무료 로켓배송 계획을 재수립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부산광역시는 지난 13일, 쿠팡으로부터 부산FC 기공식 취소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공식은 20일 부산 강서구 구랑동에 위치한 부산 국제 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릴 예정으로, 부산시장을 비롯, 지역구 의원과 시의회 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더불어 쿠팡 측은 부산센터 착공 연기 이어 이천, 김천 센터 착공 계획 또한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유통업계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업계 관행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은 탓에 투자 계획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것.

유통가 일각에선 이같은 영업 전략이 문제가 된다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입지를 조금씩 넓히고 있는 PB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전 세계 주요 50개국 PB상품 비중을 조사한 결과 스위스(52%), 영국(46%)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3%로 43위에 그쳤다.

업체별로 봐도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기반 알디가 80%에 육박했고 미국 트레이더 조 59%, 미국 코스트코 34%였던 반면 국내 대형마트 빅3의 PB매출은 전체의 10~20%, 그나마 높은 편의점은 30% 안팎으로 알려진다. 반면 공정위가 문제 삼은 쿠팡의 경우, PB 매출이 5% 가량에 불과하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계 서비스에는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지속해온 기업에 낙인을 찍은 탓에 당분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투자 상황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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