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소리를보는통로 대표 "속기 필요한 기자나 법원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
"청각장애인용 앱 개발을 위해 진행했던 인터뷰가 시작이었어요. 난청 보조기기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앱으로 만들면 그들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지현 소리를보는통로 대표의 말이다. 포항공대에서 우등 졸업을 할 정도로 공학을 사랑했던 윤지현 대표는 친구들을 따라 평범하게 공학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부시절 '나만의 앱' 만들기 과제를 받았던게 윤 대표의 인생을 바꿨다. 평소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감명 깊게 본 윤 대표에게 청각장애인용 실시간 자막 앱이라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고, 앱 개발 과정 중 진행한 난청인 인터뷰에서 그들의 어려움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표는 지난 2018년 '소보로'라는 앱을 출시, 공학도가 아닌 스타트업 대표라는 도전을 시작했다. 기업시장(B2B)과 정부나 지자체 등 B2G 시장을 우선 공략했던 윤 대표는 일반 소비자용(B2C) 소보로 앱을 출시하며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난청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비난청인, 대중들도 소보로 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윤 대표는 "기존에는 학교나 기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소보로를 공급했다"며 "이제는 개인들도 손쉽게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쓸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소'리를 '보'는 통'로'...난청인의 새로운 귀
난청인들은 보조 기기가 없이는 입 모양을 보고 읽거나 음성 기록 서비스를 통해 저장된 기록을 나중에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실시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윤 대표는 "난청인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이 보조기기가 없는 경우 수업 시간에 앞자리에 앉아서 입 모양을 보거나 아예 책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자막 지원이 되면 더 많은 기회를 찾고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넓어졌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소보로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실시간 자막과 동시녹음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난청인들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해줬다. 윤 대표는 "다른 동시 녹음 서비스는 녹음하고 저장해야만 자막을 볼 수 있지만 소보로는 상대방이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며 "특히 요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만큼 '콘텐츠 자막 모드'를 사용하면 난청인들도 팟캐스트나 유튜브 틀어놓은 상태에서 실시간 자막으로 내용을 바로 이해하면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소보로는 현재 B2B·B2G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윤 대표는 "대표적으로 하나은행 시니어 특화 점포에 소보로가 비치돼있는데 기존에는 종이에 쓰거나 목소리를 크게 해서 설명해야 했기에 상호간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소보로가 도입된 이후 어르신들이 방문했을 때 누르면 바로 자막과 금융 정보와 상담 내용을 볼 수 있어서 소통도 쉬워지고 어르신들의 정보 접근성도 높아졌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B2C용 소보로 앱 출시...대중성도 잡는다
소리를보는통로는 앱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개인도 쉽게 앱을 다운 받아서 쓸 수 있는 B2C용 소보로 앱을 출시했다. 윤 대표는 "소보로가 비치된 대학이나 기관의 경우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지만 해당 장소를 벗어나면 또다시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난청인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싶었다"며 "더 나아가 난청인이 아닌 대중들도 소보로 앱을 통해 업무나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보로는 일례로 기자들이나 법원, 회의를 많이 하는 기업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다. 윤 대표는 "소보로는 실시간 자막도 가능하지만 자막 기록을 저장하고 공유도 할 수 있어 대중들도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 가능하다"며 "속기가 필요한 기자분들, 법원, 회의를 많이 하는 기업 등에서도 소보로를 사용하면 AI가 자동으로 기록을 남겨주니 속기를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현장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각적으로 통역이 가능한 '소보로 동시 통역 서비스'도 올해 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소보로 동시 통역은 일례로 한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경우 이를 한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동시에 자막이 생성되는 서비스다. 윤 대표는 "동시 통역 서비스는 대규모 행사장에서도 쓸 수 있지만 비즈니스 미팅 같은 일상 생활에서도 다국어 회의를 가능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동시 통역 서비스는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까지 구축됐으며 출시 전까지 언어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지치지 않는 윤 대표, 계속되는 '도전'
본격적으로 B2C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윤 대표는 마케팅과 홍보의 어려움을 겪고 이를 해결하고자 구글·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프로그램'에 도전, 지난달 6기에 선정됐다. 윤 대표는 "창구프로그램의 오피스 아워와 멘토링 세션 과정을 통해 마케팅 전문가나 구글 애즈(Ads) 등 조언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서 소보로가 한층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공학대학원 대신 창업, B2C 시장 공략 등 도전을 이어간 한 윤 대표의 최종 도전 과제는 대중성과 글로벌 진출이다. 윤 대표는 "난청인 뿐만 아니라 비난청인에게도 하나의 서비스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계속 연구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후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로 확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