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다시 한번 도약에 성공했다. 신작 MMORPG '로드나인'을 흥행 궤도에 올려놓으면서다. 출시 당일 긴급 점검에 돌입하며 잡음을 일으켰던 게임은 어느새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로드나인'이 양대 앱 마켓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출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다. 게임은 지난 12일 출시됐는데, 시작과 함께 직업을 선택하는 기존 MMO 문법을 벗어나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올클래스' 시스템 채택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슬로건으로 한 소과금 마케팅도 효과를 발휘했다. '로드나인'을 개발한 김효재 엔엑스쓰리게임즈 PD는 MMO 장르 전반에 자리 잡은 무리한 과금 정책과 비슷한 게임성에 대한 반발에서 개발이 시작됐다고 했다.
하지만 출시와 함께 불거진 안정성 문제로 유저들의 입방에 오르며 '로드나인'은 흥행 궤도를 이탈할 듯 보였다. 잦은 점검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됐다. 한재영 사업총괄은 직접 출연한 방송에서 사과의 메시지까지 전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로드나인'은 지난 18일 오후 앱 마켓 선두에 올랐다. 회사 측은 이번 성과에 대해 "스마일게이트에서 서비스했던 모바일 게임 중 최초"라고 밝혔다. 게임은 출시 이후 맞이하는 두 번째 주말에도 여세를 몰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커스터마이징' 전략 적중...성장 가시화로 지루함↓
라엘 월드에서 직접 플레이한 결과 기존 장르에서 변주를 준 요소들이 게임을 지속하게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로드나인'은 메인요리를 여럿이 나눠 먹는 식사보다 17첩 밥상에서 원하는 찬을 취향껏 즐길 수 있도록 한 밥상과 같았다. 성취 요소가 풍부했다.
레벨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9종 무기에 따른 숙련도 시스템으로 원하는 방식의 육성이 가능했다. 조합에 따라 다른 버프를 선사하는 어빌리티도 전투나 방어, 주문 등 필요한 기능을 취사선택,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호문(펫)은 일종의 마스코트와 같다.
'로드나인'이 출시 전부터 강조한 이런 시스템은 게임을 즐기는 데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MMO 장르는 성장을 거듭할수록 레벨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레벨업에 적게는 수 시간에서 많게는 며칠이 소요되기도 한다.
'로드나인'은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성장에 대한 요소들을 무기나 어빌리티, 호문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 때문에 반복되는 사냥의 지루함을 줄이고 성장 과정에서 부문별로 다양하게 레벨이 상승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본연의 재미'도 OK...안정·지속성 과제로
파밍에서 오는 즐거움을 살린 점도 주목된다. 유저들 사이에서 드랍률을 수정(하락)한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종 장르 게임에 비해 희귀한 아이템을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는 방증이다. '로드나인'은 출시 전부터 과금에 따라 성장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경계한 바 있다.
게임 안팎에서 유저 간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게임 내 경제 시스템도 무사히 동작 중인 것으로 보인다. MMO 장르에서 자체 경제 시스템의 온존은 운영진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아이템(재화) 복사 버그 등에 운영진이 기민하게 대응하는 배경도 여기 있다.
시스템 개선도 눈에 띈다. 예컨대 레벨업이나 퀘스트 진행, 아이콘 클릭 등 게임 전반에 존재하던 반응 속도 지연 현상이 업데이트 이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유저 불만도 상시 점검을 통해 해결 중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시스템 안정화는 '로드나인'의 선결 과제다. 정식 출시 이후에도 점검이 계속되며 접속이 끊기거나 한동안 게임이 불가능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며 보상이 거듭되자 캐릭터의 곳간이 풍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속성도 지켜볼 일이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서버에 대기열이 발생할 정도로 유저들이 몰렸다. '로스트아크'를 운영하며 팬덤까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가 출시 이후 급격히 흥행 궤도에 오른 '로드나인'의 인기를 장기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