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이천포럼 2024'를 통해 인공지능(AI) 혁신을 맞이하는 SK그룹의 전략과 관리 체계, 성공적인 비즈니스 생태계 안착 방안에 대해 논했다. 총 3일간 진행되는 포럼을 통해 SK그룹 차원의 AI 철학을 그룹사에 이식하고 성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19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SK이천포럼 2024'를 열고 AI를 주제로 내외부 전문가들 간 AI 활용 전략을 논의하고 다가오는 AGI 시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 총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포럼은 첫날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포함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했다. 둘째날에는 SK그룹 핵심 경영철학인 SKMS를 주제로 그룹사 간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마지막 날인 21일엔 최태원 회장이 구성원들과 함께 포럼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SK그룹 AI 4번 타자, 'SKT'
첫날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문을 열었다. 유영상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아직 AI로 제대로 돈버는 사업자가 없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곧 다가오는 AGI 시대를 기회로 삼아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AI 시대 흐름을 예견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구축, 다가오는 혁신에 대응하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오늘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은 AIDC 산업으로 현재 규모도 커지고 수요 증가세에 맞춰 기존의 콜로케이션에서 확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엣지 AI는 텔코 네트워크의 끝단에 AI GPU결합해 진화시키는 것으로서 GTAA와 엔비디아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T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AI 사업에 뛰어든 지 3년이 지난 만큼 AI 관련 수익성도 점차 가시화 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SK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AI 혁신을 강하게 추진, 관련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출장길에 올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AI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미국 출장길에는 유영상 대표도 동반했다.
당시 출장 중 진행된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최태원 회장은 "현재 미국에서는 AI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이 가진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경영전략회의 이후 오는 2026년까지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전략에 8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영상·하정우, "AGI 위해 국내 기술력 모으자"
이어진 세션에서는 '다가오는 AGI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내외부 연사가 나서 키노트 세션을 진행했다. 세션에는 유영상 SKT 대표,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대 교수,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유영상 대표와 하정우 센터장은 AG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AI 기술 확산에 집중하고 협력을 통해 글로벌을 대상으로 AI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AI 혁명을 비즈니스모델(BM)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SKT는 이미 도메스틱 텔코에서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변신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경영 전략으로 AI 피라미드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하정우 센터장은 "AI의 밸류 체인은 굉장히 넓고 파급 효과 굉장히 넓어서 모든 것들을 한 기업이 다 커버하는 건 사실상 쉽지가 않다"며 "기업의 본질에 해당하는 역량은 최대화시키고 나머지 것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 그리고 파트너십 생태계를 통해서 확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AGI 시대를 위해 국내의 경험과 역량을 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센터장은 "다른 기업 중에도 AI 만드는 기업들이 있고 AI를 잘 활용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 리벨리온 같은 기업들도 있다"며 "많은 국내에 있는 기업들의 경험과 역량을 다 합하면 모든 밸류체인을 다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상 대표는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HBM과 SKT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솔루션 등 세 가지의 무기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이 부분을 조금 더 확산해 네이버나 삼성전자와 같이 대한민국의 AI 어벤저스를 만들어서 같이 진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DT 촉진, 'KPI 기준·전문 조직·소통'으로
윤풍영 SK C&C 대표는 SK그룹의 DT(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해 본질적인 KPI 측정 체계를 마련하고 전문 조직을 구축해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풍영 대표는 그룹 DT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를 이끌면서 올 상반기 SK그룹사의 DT 성숙도를 측정한 바 있다. DT 성숙도는 정보화 다음 자동화, 최종적으로 지능화까지 진화하는 단계다. 진단 기준은 ▲매뉴얼 단계 ▲부분적인 정보화 사용 여부 ▲정보기술(IT) 백본 구축 정도 ▲자동화 진입 수준 ▲지능화 수준 등이다. SK의 20개 그룹사 대상으로 측정된 DT 정도는 2.0에서 3.9 정도 범위로 나타났다.
윤풍영 대표는 이번 DT 측정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전체적으로 봤을 때 IT나 DT에 대해 국내 부문이나 해외 부문 대비해서는 한 60~70% 정도 양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오지 않았다"며 "DT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거기에 맞춰서 KPI를 부여하고 제대로 된 성과평가를 하고 있는가라는 측면에서 대부분 1~2곳의 회사 예외를 빼고는 거의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윤 대표는 SK의 AI 기반 DT 촉진을 위해 제대로 된 KPI 측정 기준과 전문 조직 차원의 관리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현장 중심의 DT KPI를 얘기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기업에 기여하는 DT의 방향성과 DT의 비전, 목표가 선정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KPI에 대해서 하나의 왕도는 없기에 KPI 측정 자체를 제대로 하고 비즈니스 기여도랑 연계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풍영 대표는 DT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는 "DT를 전담하는 조직이 CIO 역할 아닌가 할 수 있지만 CIO를 가진 조직은 그룹사 중에 2개 밖에 없다"며 "기업의 영속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경영진과 모든 임직원이 진짜 공유하고 소통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