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market)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영역
*인싸
인사이더의 약자. 자신이 소속된 무리 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
'마켓人싸'는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인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기획 인터뷰 코너입니다. 40대 워킹맘인 '라떼워킹맘'이 맛을 지키고, 멋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매번 '리뷰'코너에만 등장했던 '라떼워킹맘'이 이번에는 인터뷰 코너를 이끌어보려고 해. 살림하는 '라떼워킹맘'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산업, 유통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거든.
'라떼워킹맘'이 야심(?)차게 기획한 인터뷰의 첫번째 주인공으로 누구를 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 시작이 반이잖아. 다양한 분들을 고민하던 중, 우리에게는 생소한 직종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을 만나고 "바로 이분이다"를 외쳤지.
기획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만날 '마켓인싸'는 바로 CJ제일제당 구매전략 마켓인텔리전스(MI) 부서의 핵심 인재 신동명 리더이야. 부서 이름부터 어렵게 느껴지지? 처음엔 '라떼워킹맘'도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인터뷰하는 동안 너무나 재미있는 강의를 들은 것 같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구매전략 마켓인텔리전스(MI)란?
'라떼워킹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MI는 자주 들어본 단어는 아닐 것 같아. MI는 굉장히 포괄적인 뜻이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업에 적합한 정보만을 수집, 가공, 분석하여 기업의 비전과 목표에 맞게 전략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이야.
CJ제일제당은 제조업이잖아. 이 기업에서 MI는 다양한 변수를 '정보 기술'을 활용해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서야. 특히 MI 부서 앞에 '구매전략'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에서 '구매'라는 행위가 많은 변수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 하더라고.
"식품 회사의 경우 판매만큼이나 구매도 많이 하는 곳이에요. 원재료가 있어야 그것을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게다가 구매에 문제가 생기면 제품을 아예 만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전략'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 리더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구매전략 MI'팀이 따로 필요한지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고. 단어에서 오는 어려움도 해결됐고. 2019년 업계 최초로 'MI룸'을 만든 CJ제일제당은 과연 어떤 식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어.
신중하고 섬세하게 진행되는 구매전략
제품을 만드는데 원재료를 구매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야. 식당에서는 원재료값이 오르면 곧바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올리면 그만이지만 CJ제일제당은 그러지 못하잖아.
게다가 원재료의 질도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지. 만약 비비고 만두에 들어가는 밀가루를 구매하던 곳에서 농사가 흉작이라 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질이 좋지 않아졌다고 하면, 당장 판매하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 점을 신중하게 따지고 고려해야 해.
신 리더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 머리가 다 아픈거야. 만약 내 실수로 비싼 값에 재료를 사게 된다든지, 질이 좋지 않은 곡물이 들어오게 돼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MI룸'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변수를 계산하는 거점같은 곳이죠. CJ제일제당이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부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식품기업에 데이터 기반의 기술이 도입되는 것이 친숙하고 일반적인 방법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최근에 국제 시장의 변화가 원자재 가격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는 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한발 앞서 나갔던 거죠."
MI룸을 들어가보면 마치 주식 거래소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어. 원자재 가격의 실시간 변동을 비롯해 국제 시장의 변동 데이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고 해.
"전쟁? 유가변동? 우리에게 맡겨봐"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전쟁이라고 해. 아무래도 원재료를 다량으로 공급하던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그 원재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거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도 제조업에 비상이 걸렸거든. 하지만 CJ제일제당은 구매전략 MI팀 덕분에 큰 위기가 없었다고 하더라고. 어떤 과정 덕분이었을까 궁금해졌어.
"저희는 오래된 회사잖아요. 100년 정도의 판매와 구매 데이터가 쌓여 있으니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도 전쟁이 있었을 때 원재료 구매가 몰리다 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적이 있는데 3~4개월내 안정을 찾더라고요.
이를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원재료 확보 타이밍을 최대한 늦췄고,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죠. 다른 식품 회사들보다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다 데이터 덕분이죠."
신 리더이 10년 동안 겪은 일은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 원재료를 좋은 가격에 잘 확보해도 이게 안전하게 운반되는 일이 정말 중요하거든. 가끔 물품을 운반하는 배가 고장난다던가, 선장이 체포돼 물품 자체가 구류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해.
"변동성이 너무 많은 부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를 데이터화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대입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고 의사 결정이 빨라지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스트레스를 기술이 줄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CJ제일제당의 MI룸은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아주 바람직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신 리더이 이렇게 힘든 일을 10년 넘게 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닐까 싶더라고.
기술 그리고 사람
이런 기술 덕분에 인간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로 인해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그래서 기술 발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아.
재미있게도 신 리더은 예전에 원재료를 확보하는 '구매'일을 담당해왔고, 지금은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을 했다고 해. 두가지 일을 모두 경험한, 실무와 기술을 모두 잘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재인거지. 과연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한 신 리더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래도 이런 기술이 생기면 구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처럼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는 거죠. CJ제일제당에 구매 전략 MI팀이 생긴 것처럼요. 다양한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라떼워킹맘'은 식품 업계에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는 신 리더의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더불어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을 먹으면서 앞으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
"개인적으로 해외 출장이 잦은데 현지 마트에서 쉽게 CJ제일제당 제품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CJ제일제당을 다니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CJ제일제당이 해외로 뻗어나가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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