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전문경영인 '박병무 체제'의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흥행 성과를 발굴한 이후에도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해 귀추가 쏠린다. 시장의 큰 기대가 없었던 '쓰론앤리버티(TL)'가 해외시장에서 출시 초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덕에 '박병무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1일 엔씨소프트는 'TL'과 'LLL' 등 신작게임을 개발하는 개발 조직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로 했다. 신설 회사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AI 기술 전문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지식재산권(IP)은 TL과 LLL, 그리고 택탄(TACTAN)이다. 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엑스(가칭),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와이(가칭), 택탄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지(가칭)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를 통해 내부경쟁을 독려하는 한편 보신주의 대신 확실한 보상체계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실 엔씨소프트는 올 3월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와 더불어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를 띄운 이후, 빠르게 조직재편 및 리빌딩에 착수했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과감한 권고사직 프로그램에 이어 분사를 통한 조직 효율화, AI 도입 활성화를 등을 거쳐 내부 경쟁을 독려했다. 아예 올해 말까지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이겠다는 의지를 천명, 빠른 체질개선을 꾀했다.
실제 올 2분기 엔씨소프트의 영업비용은 3600억원 가량으로 1년새 11% 가량 줄었고 인건비 또한 1880억원대에 그치며 10% 가량 크게 줄었다. 특히 시장예상치인 7%를 크게 하회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출시일을 구체화하는 등 속도전을 주문, 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엔씨소프트의 신규 모멘텀은 연일 더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스웨덴에 있는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대한 전략 투자에 이어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가량의 지분투자를 진행, 장르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서브컬쳐 시장이 본격 진입을 앞둔 것. 여기에 글로벌 히트작 TL의 성과가 올 4분기부터 빠르게 반영되는 만큼, 실적 개선도 시장의 예상을 앞설 전망이다. 실제 증권가 추산 TL의 4분기 매출은 약 800억~1000억원 가량이 예상된다. 이중 30% 가량을 이익 반영분으로 잡아도 엔씨소프트의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신뢰를 회복했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로 꼽힌다. TL이 대표적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과 더불어 과금형 수익모델(BM) 구조에 변화를 주며 글로벌 TL 버전을 획기전으로 개선했다. 예컨대 TL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국내 MMO 장르의 BM 문법에서 벗어나 배틀패스 위주의 실험적 시도를 단행,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박 대표의 강한 의지가 내부 개발진을 설득, 새로운 개발 문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더불어 또다른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는 중국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이다. 핵심 파트너 텐센트가 뒤를 받치고 있어 시장 기대감이 상당하다. 아울러 캐시카우 리니지2M은 동남아시아로 연내 출격하고, 2025년 최고의 기대작 아이온2 출시까지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이 대거 준비 중이다.
덕분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불과 4개월새 50% 가량 급등, 이제 시가총액 4.4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누구보다 AI에 공을 들이고 있어 인력재편 또한 확실히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 현금도 상당한데다 박 대표가 투자시장 전문가인 만큼, 추가적인 모멘텀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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