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7년차를 맞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축제 UDC 2024가 화려한 막을 내렸지만, 이날 현장을 찾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국내 규제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해 주목된다. 해외시장에서 혁신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철지난 국내 규제로 산업 토양이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4에 참석한 정재욱 하나금융지주 상무는 "해외 선진 사례를 보면, 참 부러운 부분이 크다"며 "우리 당국도 산업 진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고, 선진국의 가이드라인에 우리도 부합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시장이 아직 B2C 시장에 머물고 있지만, 이제 시장의 규모가 커지려면 기관-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법인들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상무는 "당국도 최근 법인계좌 허용에 대한 긍정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고, 자산토큰화 부분에 대해선 결국 직접 이를 해내는 기업들, 시장과의 연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행사 하루 전 진행된 D-CON 개회사를 맡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 또한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글로벌한 흐름은 환영할 소식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겨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상자산이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듯 우리도 시야를 넓혀 글로벌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며 "주요국들의 가상자산 정책 움직임에 따라 우리 제도도 함께 변화해야 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특히 "하나의 테크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 흔해졌다"며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국내 가상자산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처럼 코인 기관 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인계좌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상임부회장은 D-CON 토론세션을 통해 "코인베이스가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비거주 외국인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불허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법인의 코인 해외 송금 자체가 완전히 막혀있고, 이에 국내시장은 완전한 로컬 마켓으로 전락했다"며 "이런 환경이 국내와 해외간 시장 괴리의 주 원인으로, 해외 투자자 국내 거래소 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부회장은 "법인 투자자 뿐 아니라 국내에선 취급하지 않는 선물 시장을 위해 해외로 거듭 떠나고 있는 중"이라며 "문제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이날 토론 세션을 통해 "코인의 탈중앙 특성을 생각해보면, 헤게모니 경쟁이 잇따르겠지만 글로벌 트렌드와 이이처럼 멀어져선 안된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열풍 이후 곧바로 규제화된 것을 살펴보면 외환거래 환치기 사례 엄금, 은행을 통한 철저한 시장 관리, 그리고 개인투자자 실명인증계좌 의무화, 그리고 ICO 금지 등이 대표적 규제 사례"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토큰증권 발행이 공식화하며 기대가 컸지만 증권형이 아닌 애매한 부분의 입법이 언제 가능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달리 법인과 기관투자자 접근이 어려운 부분, 외국환 거래법 이슈 등으로 더이상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7년전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황이 산업적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가 나선 안된다는 공무원들의 기조, 이런 부분은 사실 답답하다"며 "세상이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당국이 목도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