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디지털전환의 날' 행사가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녹색 디지털 행동' 선언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기후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는 NbS와 디지털 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기반해법은 생태계 서비스와 자연의 기능을 활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으로, 비용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습지 복원을 통한 홍수 완화, 생물다양성 보존을 통한 탄소 흡수, 그리고 스마트 농업 기술을 통한 식량안보 강화 등이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자연기반해법은 기존보다 더욱 정교하고 경제적인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 성공 가능성 높이는 디지털 기술
자연기반해법은 특정 지역의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빗물 저장 및 정화 시스템과 같은 물 관리 솔루션이 필요할 수 있고, 홍수가 잦은 지역에서는 습지 복원이나 해안 방어를 위한 맹그로브 숲 조성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기술 혁신은 자연기반해법 초기 단계에서 주요 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특히 AI와 IoT 같은 기술의 도움으로 생태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센서를 활용한 빗물 저장 시스템은 지역 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생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지화 전략도 필수적이다. NbS는 특정 지역의 생태적, 사회적 특성을 깊이 반영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기술 접근보다는 맞춤형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AI와 IoT를 중심으로 자연환경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 시뮬레이션하며 문제 해결의 기초를 마련한다. 이러한 접근은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자연기반해법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파트너십과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자연기반해법 사업화에서 파트너십은 초기 시장 진입과 신뢰 구축의 중요한 전략적 도구다. 국제기구나 지역 정부와의 협력은 자연기반해법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같은 국제기구는 기술 지원, 자금 조달, 정책 연계 등 자연기반해법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시장 혁신은 자연기반해법 프로젝트가 지역 커뮤니티의 니즈에 적응하며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특히 자연기반해법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장 혁신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하며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확립하는 단계이다.
AI는 복원된 생태계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복원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AI로 맹그로브 복원 지역의 토양 데이터와 기후 조건을 분석해 양식업 및 농업 생산성 강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구독형 자연기반해법 모델은 스타트업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도심 녹화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여 녹지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거나, 습지 복원을 통해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며 정기적인 데이터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자연기법과 AI의 결합으로 열릴 새로운 가능성
규제 혁신은 자연기반해법과 AI의 결합을 통해 정부와 공공 정책의 지지를 받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구독형 자연기반해법 모델은 탄소 배출권 거래와 연결돼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여기에 AI를 결합하면 자연기반해법의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AI는 자연기반해법 설계, 운영, 유지보수에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스타트업은 자연기반해법과 AI의 융합을 통해 기후 기술 전환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초기 생태계 극대화 단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생태계 복원 단계에서는 맞춤형 자연기반해법을 제공하며, 생태계 창출 단계에서는 정부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할 수 있다.
COP29는 자연기반해법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새로운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내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COP30은 이러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자연기반해법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초기 생태계 구축에서부터 복원과 창출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자연과 기술의 융합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강력한 도구다.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COP30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글=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송재령 박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협력팀장,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하였으며, 기후변화,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주제로 기후기술 공공외교에서의 이해관계자 간 융합과 협력을 촉진하는 연구자다. 지난 15년 간 기후, 환경, 에너지 기술의 공공 이전과 상용화를 위한 전략 개발과 정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국가녹색기술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기상청 정책위원회,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순천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에서 자문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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