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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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네이버-카카오)'로 불리는 국내 1세대 플랫폼 기업의 뒤를 이어서 2세대로 분류되는 업체들 가운데서 '쿠무토(쿠팡·무신사·토스)' 3인방이 최근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유통 및 금융 업계에서 수십년간 터줏대감처럼 버텨왔던 기업들을 앞다퉈 제치거나 빠른 속도로 따라잡으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메기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특히 이들은 공통적으로 차별화된 편리성을 앞세워 이용자를 늘려나갔고(점유율 확대), 우수 인재 영입과 테크 영역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글로벌 자본 유치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내실 안정화(수익성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는 특징이 있다. 

8일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쿠팡, 무신사, 토스 3개 앱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합계는 무려 5822만명에 달한다. 업종별로 쿠팡은 쇼핑 분야에서 MAU 3291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고, 토스는 MAU 1999만 명으로 금융 분야 1등, 무신사는 약 532만 명으로 패션/의류 분야 선두를 차지했다.

이들 '쿠무토'는 이른바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이른바 네카오로 불리는 토종 1세대 플랫폼에 이은 2세대 업체로 분류된다. 이는 법인 설립 혹은 창업일 기준으로 네이버·카카오보다 늦은 2010년대 이후이기 때문인데, 법인 출범 연도별로 살펴보면 쿠팡이 2010년으로 가장 빠르고 뒤이어 무신사는 2012년,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에 각각 설립됐다. 특히나 이들 3개 기업은 지난 2014년(쿠팡), 2018년(토스), 2019년(무신사)에 각각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에 도달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쿠무토 3인방의 성장 핵심 비결로는 가장 먼저 수많은 팬덤을 등에 업은 압도적 점유율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온라인 쇼핑, 금융, 패션 등의 각각 분야에서 모바일앱 국내 사용자 수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상태다. 주요 배경으로는 △이용 편리성 △차별화된 고객 혜택이 있다. 쿠팡의 경우 로켓 배송이라는 압도적 고객 경험을 앞세워 국내 유통 및 물류 시장에서 배송 서비스의 혁신을 앞당겼다. 토스는 '간편 무료송금'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워 2010년 후반대에 인터넷뱅킹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무신사는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고객 중심의 친화적인 이용자 경험(UX)와 무료배송, 후기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대는 플랫폼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는 춘추전국 시대로 당시에 론칭된 쿠팡, 무신사, 토스 등도 이용자 확대를 통해 수익성과 성장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 유치와 이를 통한 플랫폼 기술 고도화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로 출발하여 직매입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백화점, 오프라인 유통사, 제조사 등 다양한 직무 배경을 가진 이들을 포섭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갔다. 그러다가 2021년 이후에는 쿠팡이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이후에 쿠팡 출신 인재들이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스도 공격적인 인재 영입의 대표 플랫폼으로 주기적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 이전에 플랫폼 기업의 테크 개발자 영입 경쟁이 펼쳐졌을 당시 토스는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 개발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스톡옵션, 연봉 1.5배 인상 등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진출, 글로벌 확장 등 최근 들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우수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요기요 대표이사를 지낸 전준희 테크 부문장과 이랜드월드 신입 공채 출신으로 CEO까지 오른 최운식 브랜드 부문장이 지난해말부터 잇따라 합류하기도 했다.

사진=무신사
사진=무신사

 

무엇보다 쿠무토 3개사는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인 실적 지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쿠팡은 2015년에 연 매출 1조원 이상으로 처음 '1조 클럽'에 진입한 이후 10년도 걸리지 않은 2024년에 국내 단일 유통기업 최초로 연 매출 40조 원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랐다. 토스는 2019년에 연 매출 1187억 원으로 처음 1000억 원대를 돌파한 이후 2024년에 연 매출 1조9556억 원으로 5년만에 10배 이상 성장을 달성했다. 토스뱅크 출범 이후 카드, 증권 등 연계된 금융 서비스로 적극 확장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특히 토스는 지난해에 창사 처음으로 9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무신사도 최근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는데,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24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028억 원을 달성하며 2023년 급증한 주식보상비로 인해 발생했던 일회성 적자를 털어내고 본업 경쟁력을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패션 업계에서 대기업 패션 업체들이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호실적이라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쿠팡, 무신사, 토스는 2세대 플랫폼 대표 기업으로서 현재는 기존 산업계의 대표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쿠팡의 2024년 매출은 롯데, 신세계 등 재벌 대기업 유통업체들을 모두 제친 수준이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오프라인 패션 시장에서 토종 PB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서 유니클로, 자라, 에잇세컨즈 등 내로라하는 대형 브랜드들과 경쟁할 정도로 디자인, 기획력 등 상품성 측면에서 경쟁력도 호평을 받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특성상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될 경우 '쿠무토' 3인방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세대 플랫폼이 네이버와 카카오 중심의 IT 업체였다면 2세대에서는 쿠팡, 토스, 무신사 등 금융과 유통 분야에서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메기 플랫폼이 등장한 상황"이라며 "혁신적인 서비스와 고객 차별화를 앞세운 2세대 플랫폼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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