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학회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 가능성' 기획세미나
한국형 OTT 탄생이 글로벌 진출 전제조건..."갈 길 멀다" 전문가 한 목소리

퓨처랩 소속 조영신 박사가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퓨처랩 소속 조영신 박사가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합병이 전제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퓨처랩 소속 조영신 박사는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OTT의 역사를 성장사로 볼 것인지, 소멸사로 볼 것인지는 티빙-웨이브 합병 이후 과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영신 박사가 발제를 맡아 한국형 OTT 플랫폼 구축 필요성과 글로벌 전략의 한계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공유했다. 

조 박사는 "2020년 이후 팬데믹과 오리지널 콘텐츠 확장의 영향으로 한국 OTT의 가입자 수는 늘었지만 여전히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글로벌 시장 진출 전망도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OTT 업계에서는 그간 늘어나는 적자 규모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대안으로 꼽아왔다.

조 박사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선호도는 1~2%에 불과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형 OTT가 거둘 수 있는 연간 수익이 2000억원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 비용 대비 충분한 수익 담보가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뷰(Viu) 등 현지에서 강세를 보이는 플랫폼과의 경쟁도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으며 한국 콘텐츠를 현지에 진출한 한국형 OTT에 독점 공급하는 프리미엄 마켓 전략을 하나의 방편으로 제시했다.

다만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는 전략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선도 기업들의 현지 투자로 이어져 로컬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한국 콘텐츠를 무기로 하는 한국형 OTT가 동남아시아에서조차 장기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2020년 200만명에 불과했던 넷플릭스 일본 구독자 수는 로컬 콘텐츠 제작 이후 현재 1000만명 수준을 기록 중이다.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이 같은 배경 속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 박사는 "정부가 연간 2~4조원 규모로 10년간 국가전략 산업 수준의 지원을 약속한다면 한국형 글로벌 OTT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이에 앞서 강력한 한국형 OTT가 등장해 한국 시장 파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강력한 한국형 OTT의 탄생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 선도 사업자와의 경쟁 관점을 벗어나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유지·존속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성공했지만 K-플랫폼을 통한 주도적 글로벌화는 여전히 요원하다"며 "플랫폼 없이 콘텐츠만으로 글로벌 확장을 기대하는 것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다판매(멀티세일즈) 구조로 콘텐츠 유통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OTT와 콘텐츠 스튜디오 기업들이 글로벌 유통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제작자들은 IP 수익쉐어 중심의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 한양대 교수는 "스타 파워 중심의 높은 제작비 구조를 조정하고,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글로벌 IP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한국형 글로벌 OTT의 탄생을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의 자립적 기반을 구축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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