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이후 급격히 가격이 빠진 비트코인이 4월 중순 이후 빠르게 시세를 회복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초 현물 ETF 시장이 개화한 이후, 미국 기술주와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면 올초부턴 디지털 금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4일 코인 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금 시가총액 비율은 금 강세로 인해 여전히 8.6%에 불과하지만, 나스닥 지표와의 연계성은 올초 대비 크게 줄었다. 관세 전쟁 이후 나스닥이 크게 빠진 것과 비교하면 정작 비트코인 시세는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 인플레이션 등 법정화폐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이끌었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압력이 해소,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비달러 자산으로서 입지를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트코인과 금 가격 추이가 밀접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뒤 위험 자산 전반이 하락세를 보인 이후, 비트코인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돋보이는 자산인 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시장 속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
여기에 현물 ETF로 대량의 자금이 연일 유입되고 있는데, 그중 블랙록 IBIT로의 자금 유입이 특히 꾸준하다. 최근에는 하루에 1조 원이 넘는 거액이 밀려들기도 했다. 규제를 받는 환경에서 기관 자금이 연일 밀려들며, 시장 안정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만 50만개 이상을 보유한 스트래티지 뿐 아니라 게임스탑, 일본 메타플래닛 등 기업들이 투자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 보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의 투자사들 또한 최근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 자본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비트코인 셀프 커스터디 지갑 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비트코인을 다수 보유한 이른바 고래 투자자들이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로,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지털자산 비축을 위한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향후 대규모 기관, 국가 단위의 디지털 자산 보유 확대 가능성에도 귀추가 쏠린다. 실제 미국 연방부 내 비트코인 전략 보유 입법이 잇따르고 있고 주요 연기금, 최근에는 미국 브라운대학도 블랙록 IBIT에 투자 집행을 결정한 상태다. 이에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글로벌 매크로 부문 총괄인 주리엔 티머(Jurrien Timmer)는 "금이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비트코인 대형 고래들의 매집 움직임이 뚜렷하고, 나스닥 동조현상을 어느정도 극복한 상황"이라며 "탈달러 테마 2등주의 자리를 비트코인이 쥐고 있고, 법정화폐에 대한 전세계적 우려가 큰 만큼,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여기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