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단 일주일 만에 디지털자산 관련 세 가지 핵심 법안 일괄 통과시켜
7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약 2597억 달러 규모
韓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 본격화…포괄적 기준 마련에 속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기에 '스테이블코인 이코노믹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를 다섯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해 드립니다. ①유형 분류(택소노미, Taxonomy) ②시장 구조(마켓, Market) ③경제적 영향(이코노믹 임팩트, Economic Impact) ④규제 및 제도(레귤레이션앤드프레임워크, Regulation&Framework) ⑤전망 및 전략 (포케스트앤드스트래티지, Forecast&Strategy) <편집자주>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여정
지난 주 미국 크립토 위크(Crypto Week)에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GENIUS) 법이 통과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ENIUS 법에 최종 서명하면서 "이 법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이어가게 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달러, 금융패권을 이어갈 결정적 계기. 이것이 바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비트코인 디지털달러에서 시작해 미국의 달러패권 전략이 된 스테이블코인의 10년 여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달러의 시작, 테더의 등장 (2014~2017년)
스테이블코인의 역사는 2014년 '테더(USDT)'라는 이름의 디지털 토큰이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미국 달러와 일대일로 연동된 이 토큰은, 암호자산 시장에서 처음으로 '가격이 안정된 디지털 화폐'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2015년 이후 비트코인 거래쌍에서 USDT가 널리 사용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거래소 간 유동성 전달과 가격 헤지 수단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탈중앙화 모델의 실험과 규제 대응의 시도 (2018~2020년)
2018년에는 '메이커다오(MakerDAO)'의 DAI가 등장,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켰습니다. DAI는 이더리움(ETH)을 담보로 사용자가 직접 발행하는 구조로,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의 모델을 보여줬습니다. 이 시기에는 테더의 준비금 투명성 문제도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써클(Circle)과 코인베이스(Coinbase)는 미국 규제 하에서 USDC를 발행하며, 투명한 공시와 감사, 안정적인 준비금 운영을 내세워 시장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페이스북이 주도한 글로벌 프로젝트 '리브라(Libra)'는 통화주권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반발로 결국 좌초하게 됩니다.
성장과 위기의 교차점 (2021~2022년)
2021년은 스테이블코인의 '폭풍 성장기'였습니다. USDT, USDC, BUSD 등은 디파이(DeFi) 생태계와 거래소에서 핵심 유동성 자산으로 기능하였고, 시장 신뢰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UST'의 붕괴는 시장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담보 없이 관계 토큰 루나(LUNA)와의 교환 구조로 설계된 UST는 대규모 매도 사태로 인해 하루 아침에 400억달러(약 55조1920억원)가 증발하며 시스템이 붕괴됐고,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본격화된 제도화 논의 (2023~2024년)
이러한 위기를 계기로, 세계 주요국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게 됩니다. 미국·유럽연합(EU)·한국 등에서는 발행 요건, 준비금 기준, 공시·감사 체계 등을 포함한 법안들이 발의됐고, 주요 발행사들도 규제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2025년, 제도화의 원년이 되다
2025년 7월 지난 주, 미국 하원에서는 단 일주일 만에 디지털자산 관련 세 가지 핵심 법안이 일괄 통과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른바 '크립토 위크'라 불린 이 입법의 순간은 단순한 규제 정비를 넘어, 디지털자산 시대를 어떻게 정의하고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정식 명칭으로는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입니다. 이 법은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운영 기준을 연방 차원에서 처음으로 구체화한 법률로, 디지털달러가 투명하고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두 번째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CLARITY Act)'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법안입니다.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규제 관할을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디로 할 지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시장의 규제 혼선을 해소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 번째는 논란이 컸던 ‘반(反) CBDC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입니다. 이 법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디지털달러(CBDC)를 일반 국민에게 직접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가 국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천명한 법안입니다.
한편,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은행 주도형과 핀테크 기반 모델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는 자금세탁방지(AML), 외환 규제, 소비자 보호 등 포괄적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세계 주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추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
2025년 7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약 2597억달러(약 358조5158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시장의 거의 전부가 미국 달러(USD)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7%가 달러와 연동된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법정화폐 담보형(Fiat-backed) 프로젝트는 약 81개로 수는 많지 않지만, 그 중 단 하나인 USDT가 전체 시장의 67%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상업적 성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암호자산 담보형(Crypto-backed) 스테이블코인은 약 167개로 오히려 더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7%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탈중앙화와 온체인 투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담보 자산의 변동성과 구조적 복잡성이 시장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로(EUR), 엔화(JPY), 위안화(CNH) 등 비달러 통화 기반 프로젝트들도 존재하지만, 아직은 시장 내 점유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의 독점적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중 경로로 진입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스테이블코인의 역사는 단지 시장의 결과일 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자산과 제도에 기대어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하나의 모델이 모든 영역을 장악하는 구조보다는, 용도와 규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병존하는 '멀티 트랙 구조'로 진화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금융과의 호환성을 바탕으로 결제·송금 인프라의 핵심 축이 될 것이며, 탈중앙화 기반 모델은 DeFi 생태계와 프라이버시 중심의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실험과 확장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때 신뢰를 잃었던 알고리즘 기반 모델 역시 기술적 진보와 구조적 보완을 통해 일부 영역에서 다시금 주목받을 여지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디지털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이자 도전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규제·시장·기술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며 만들어가는 이 진화의 과정은, 곧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다가올 10년,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공존하거나 경쟁하며, 더욱 정교하고 다양화된 형태로 발전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가 꿈꾸는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금융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밑그림이 될 것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코노믹스 시리즈'의 세 번째 주제,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영향(Economic Impact)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매크로 독립리서치펌 인디이콘 대표이자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벤처 파트너로 재직중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2023년 12월부터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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