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비축유, 1973년 오일쇼크 후 설립…에너지 안보 강화 및 원유 공급 차질 대비 위해 설립
美 달러화, 20세기 가장 중요한 자원인 원유의 거래 결제수단으로 사용…미국의 금융패권 강화
美 크립토 전략자산 비축에 대한 전략적 행보,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전략비축유 사례와 유사

임동민 님 / 캐리커처=디디다컴퍼니 제작

<2편에 이어>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과 미국 디지털자산 비축고(U.S. Digital Asset Stockpile) 설립 행정명령의 전략적 의도는 바로 21세기 무역과 금융질서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예산 중립적인 비트코인 전략준비금과 디지털자산 비축금 설립 ▲재무부에 디지털자산 비축 관리책임 부여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수도로 만들겠다는 약속 이행 강조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전략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 설립과 운용 사례를 살펴보면서 크립토 전략자산 비축과 운용의 미래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원유 공급의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된 비축 시스템으로 1973년 오일 쇼크 발생 이후 설립됐습니다. 1975년 미국 의회는 전략비축유를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에 따라 SPR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원유를 비축하고, 공급 차질 시 이를 방출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SPR은 1977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 비축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 중반 목표량인 최대 7억5000만 배럴 비축을 거의 달성했습니다.

자료 : 미국 에너지부
자료 : 미국 에너지부

1991년 중동에서 걸프전이 발발하자 원유공급 차질을 우려해 원유를 방출했고, 전세계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3차 오일쇼크 사태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다시 한번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비축유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유가가 높을 때 일부 비축유를 판매해 국고수익을 확보하는 등 경제적 이유로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은 셰일 혁명과 원유생산 증가로 인해 전략비축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졌습니다. 특히 2008~2009년 금융위기, 2012~2013년 재정위기를 겪은 미국은 전략비축유의 일부를 판매해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원유 수요 급락으로, 전략비축유는 원유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비축유를 방출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거친 SPR은 미국의 중요한 에너지 안보 자원으로 남아 있으며, 원유공급 차질이나 가격 급변동시 대응하고, 국고와 재정을 보조할 수 있는 정책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심각한 에너지 및 안보위기가 있을 경우에는 미국을 위해 최우선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석유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와 금융에 핵심적인 자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 이후 국제적 신뢰를 잃은 미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패권을 회복한 것은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 수출입 대금을 미 달러화로 결제하도록 한 조치였습니다. 즉, 20세기 가장 중요한 자원인 원유를 거래하는 결제수단이 미 달러화가 된 것이기에, 지금의 미국의 금융패권이 강화된 것입니다.


디지털자산, 데이터 경제 및 금융에서 가치를 교환·평가·축적하는 역할 수행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 불리웁니다. 21세기 초반 지금까지 진행된 디지털 대전환(DT)과 향후 전개된 인공지능(AI) 산업 혁명으로 정보사회와 지식경제로 이행하게 될 것인데, 이때 핵심적인 자원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 이로 인한 가치의 교환과 축적은 이전과는 다른 경제, 금융 시스템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한 국가나 기관에 의해 독점되기보다는 분산되고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구축될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이 근간이 돼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분산되고 탈중앙화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크립토 자산 프로젝트들이 지향점이라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우리 인류문명의 미래가 정보사회와 지식경제로 이행하고,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면,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전략자산으로 축적하는 것은 배제해서는 안 될 옵션이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 및 디지털 자산은 데이터 경제와 금융에서 가치를 교환·평가하고, 축적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및 크립토 전략자산 비축에 대한 전략적 행보를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전략비축유 사례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1970년대 설립, 1980년대 목표축적량 비축달성, 1990~2000년대 전술적(단기적인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량 조절) 활용, 2010~2020년대 전략적 활용(셰일혁명으로 원유생산력을 확충하고, 전략비축유를 재무적으로 활용)으로 요약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전략비축유 비축이 완료된 이후 2000년대 전세계 경기호황에서 원유 수요가 폭발하면서 원유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전개됐습니다.


크립토 시장의 슈퍼사이클, 전세계 디지털자산 수요가 폭발할 때 재현될 것

비트코인 전략준비금 및 디지털자산 비축고 역시 설립-축적-전술적 활용(크립토 및 디지털 자산 실물수요 조절)-전략적 활용(재무적 활용)의 장기 로드맵을 구상하는 것은 아닐까요? 다만 2020년대 시작하는 비트코인 전략준비금과 디지털자산 비축 사이클은 1970~2020년대 전략비축유의 경우보다는 빠르게 전개될 듯 하고, 셰일혁명에서 원유생산력을 높인 것처럼 미국의 자금조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의 생산구조 변화도 함께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크립토 시장의 슈퍼사이클 역시 미국 전략적비축이 완료된 이후 전세계 크립토 및 디지털자산 수요가 폭발할 때, 재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나타날 21세기에는 많은 것이 혁신되고 파괴될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 현상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비트코인과 디지털자산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자국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목표와 전략은 명확합니다. 다만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그리고 심지어는 국가가 아닌 기업, 혹은 커뮤니티가 이러한 크립토 자산을 통한 새로운 경제와 금융질서로 나타날 변화와 경주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준비금과 미국 디지털자산 비축고 설립 행정명령이 새로운 출발선의 기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매크로 독립리서치펌 인디이콘마켓리서치 대표이자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벤처 파트너로 재직중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2023년 12월부터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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