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대표, "AX 전사 확대…근본 경쟁력 향상"

LG디스플레이 설계 AI 적용 사례/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LG디스플레이 설계 AI 적용 사례/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LG디스플레이가 인공지능(AI)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안에서 새는 비용 절감과 밖에서 경쟁을 잘 할 수 있는 해법을 AI에서 찾았다. AI 전환(AX)에 속도를 낸다. 비용 절감만 연간 2000억원을 산정했다. 2024년 영업손실 5610억원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5일 LG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AX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를 'AX 혁신 원년'으로 정했다. ▲개발 ▲생산 ▲사무 등 모든 사업 영역에 AI를 적용 중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AX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는 "AX를 전사로 확대 적용해 ▲체질 개선 ▲원가 혁신 ▲수익성 개선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사 차원의 AX 혁신을 추진해 사업 근본 경쟁력을 높이고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AI 생산 체계를 도입했다. 2000억원 이상 수익성 향상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분석이다. AI 어시스텐트 시스템은 자체 개발했다. 외부 설루션 도입 대비 100억원 이상 지출 요인을 상쇄했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AX를 통해 3년내 업무 생산성 30% 증가가 목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사업구조 강화와 병행한다.

이영주 LG디스플레이 제조AI실장은 "LG디스플레이가 살아남고 경쟁력을 회복해 턴어라운드(흑자전환)을 넘어 다시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수단이 AI"라며 "중국 업체의 도전 등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해 AX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OLED 제품 개발 단계에는 '설계 AI'를 적용했다. 첫 단계로 지난 6월 이형(異形) 디스플레이 패널 '엣지(EDGE) 설계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형 디스플레이는 통상 직사각형인 정형(正形) 디스플레이와 달리 디스플레이 패널 외곽부 모서리(에지) 부분이 곡면이나 얇은 베젤(테두리)로 이뤄진다. 패널 모서리에 형상하는 보상 패턴을 외곽 디자인에 맞춰 일일이 다른 형태로 설계해야 했다. 수작업으로 했던 영역이다. 불량이 발생하면 설계를 다시 하는데 평균 1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희동 LG디스플레이 설계AI팀장은 "엣지 AI 알고리즘 도입 후 평균 3~4주 걸리던 보상 패턴 설계 및 검증이 8시간으로 감소했다"라며 "AI가 패널 모서리 부분 곡면이나 좁은 배젤에 필요한 패턴을 자동으로 설계해줘 담당자는 도면 적합성 판단 및 설계 품질 향상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AX 도입 성과/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AX 도입 성과/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광학 설계에도 AI를 쓴다. 광학 설계는 시야각에 따른 OLED 색 변동을 최적화하는 영역이다. 수차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5일 이상 걸리던 작업이다.

이 팀장은 "사람이 봤을 때 각도별로 시야각에 따라 발생하는 색 변화를 AI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 설계안을 제안해 업무 시간을 8시간까지 단축했다"라며 "광학 성능 검증 고속화와 최적 설계안 탐색 AI를 만든 결과"라고 부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설계 AI를 ▲재료/소자 ▲회로 ▲기구 등으로 단계적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에도 AI를 투입했다. 제조 경쟁력 혁신은 'AI 생산체계'가 핵심이다. OLED 공정에 특화했다. 모바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AI에게 OLED 제조 공정 지식을 가르쳤다. 이상 원인 경우의 수를 자동 분석하고 해법을 제안한다.

이 실장은 "제조 수율 1% 개선은 2000억원 영업이익 상승 효과가 있다"라며 "품질 개선에 걸리던 시간은 평균 3주에서 2일로 대폭 줄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AI가 분석하고 사람이 판단을 하지만 향후에는 간단한 개선은 AI가 바로 하는 '에이전틱(자율) AI'로 진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지컬(물리) AI 도입은 아직이다.

이 팀장은 "자동차 업체 중심으로 피지컬 AI 연구개발(R&D)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나노미터(nm) 단위 업무를 관리하는 등 섬세한 대응이 요구돼 로봇 등 피지컬 AI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동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사무직은 '하이디(HI-D)'와 '하이디 서치'를 사용하고 있다. 하이디는 '하이 디스플레이'의 줄임말이다. ▲AI 지식 검색 ▲화상회의 실시간 번역 ▲회의록 작성 ▲메일 AI 요약 및 초안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하반기 보고용 파워포인트(PPT) 초안 작성 등 문서 작성 어시스턴트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김도현 LG디스플레이 기업아키텍처(EA)팀 책임은 "하이디 도입으로 하루 평균 업무 생산성을 이전 대비 약 10% 높였다"라며 "3년 내에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희동 설계AI팀장, 이영주 제조AI실장, 김도현 EA팀 책임, 안보슬 R&D DX팀 책임(사진 왼쪽부터)/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이희동 설계AI팀장, 이영주 제조AI실장, 김도현 EA팀 책임, 안보슬 R&D DX팀 책임(사진 왼쪽부터)/사진=LG디스플레이 유튜브

하이디서치는 LG디스플레이 사내 문서 200만건을 학습했다. 업무 관련 질문 최적 답변을 도출한다. 품질 검색으로 시작해 현재 ▲표준 ▲우수사례 ▲시스템 매뉴얼 ▲사내 교육 자료 등 확장했다.

안보슬 LG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디지털전환(DX)팀 책임은 "하이디는 LG AI연구원 '엑사원' 기반"이라며 "오픈 웨이트(공개) AI 모델을 이용한 AI도 내부망에서만 활용해 정보 유출 위험을 없앴다"라고 했다.

김 책임은 "하이디서치는 엑사원 4.0으로 업그레이드 한 상태며 조만간 하이디 시스템 전반을 4.0으로 상향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하이디서치는 LG그룹 안에서 LG디스플레이가 처음 추진한 사내 데이터 검색 생성형 AI다. LG그룹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안 책임은 "LG그룹과 AI 성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로도 노하우를 전파 중"이라고 자랑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경쟁에서 AI가 히든카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실장은 "중국 AI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AI를 어떻게 제조나 업무 특성에 맞춰 잘 결합하는지가 핵심 능력"이라며 "이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가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며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상호 기자 crow@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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