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작으로 전해지는 '삼국지'에는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등장한다. 제갈공명의 유명한 일화 중 군대를 이끌고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황제 유선에게 올리는 '출사표'가 있다. 출사표란 군대나 군사를 이끌고 출격함을 알리는 글을 뜻한다. 여기에는 소수 군대인 촉나라가 거대한 위나라를 공격하러 향하는 비장한 각오도 담겨있다. 

현재 출사표의 의미는 더 넓어졌다. 어떠한 일에 도전하고, 이에 대한 확고한 마음가짐이 담기기도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들을 두고 결연한 각오를 출사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같은 의미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게임스컴 2025'에 나서는 국내 게임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게임스컴을 앞둔 게임업계의 각오가 남다르다. 세계 최대 게임축제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최신 게임트렌드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면면을 살펴보면 더 화려하다. 텐센트, 닌텐도, 넷이즈, 엑스박스 등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대형 게임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기술과 콘텐츠를 공개한다. 

이 중에서 K게임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며 위상을 뽐내고 있다. 세번째로 게임스컴을 찾는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꾸리며 해외 게이머들을 맞이한다. 3년 연속 게임스컴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의 시연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이 다양한 타이틀을 들고 게임스컴에 힘을 보탠다. 3년전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P의 거짓'과 같은 타이틀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신작 라인업만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게임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수장들 역시 게임스컴으로 향한다. 보안을 이유로 상세히 전할 순 없지만 다수의 대표 및 총괄 디렉터들이 게임스컴 현장에 등장해 직접 인사를 전하고, 또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다. 

사실 국내 게임사가 해외 게임쇼에 참가하는 것은 드문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게임스컴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국내 게임사들이 저마다 장르 다각화와 플랫폼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강조하는 원년인 것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면서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 포문을 열었다면 '인조이'를 통해 콘솔 시장을 강화했고, 펄어비스가 수년간 개발하고 있는 '붉은사막'의 데모 버전 플레이를 시연할 수 있는 것 등이다. 

특히 게임 생태계에서 글로벌 공략을 강조하며 몸집만 늘리는 것이 아닌, 직접 글로벌 시장으로 들어가 몸소 느끼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글로벌 게임쇼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게임스컴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을 전 세계에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다. 게임스컴의 전야제 행사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의 생중계에는 동시 시청자 4000만명이 몰릴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해외 대형 게임사의 참가 규모를 보고 있노라면 국내 게임업체는 한없이 작아보인다. 마치 위나라에 대항하는 촉나라가 연상된다. 후대에 전해지는 제갈공명의 지략처럼 국내 게임업체의 전략이 독일에서 통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한국 게임사들이 이번 게임스컴에서 K게임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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