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26일 단행, 무려 8개사의 수장을 교체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으로 나뉘어 계열분리를 진행하던 가운데 발표한 첫 인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당면 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 발 앞서 준비하고자 조기 인사를 했다"고 밝히고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지마켓 등 성과가 미진했던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됐다.
신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신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개선을 이끌 중책을 부여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임형섭 B2B(기업간거래) 담당이 새 대표로 선임됐다. 임 신임 대표는 신세계푸드의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 비전을 추진하게 된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도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새 대표로 발탁했다. 조선호텔, 스타벅스 대표 등을 역임한 이 신임 대표는 면세사업 돌파구 마련이라는 임무를 맡았다.
이밖에 신세계 이커머스의 또 한 축인 SSG닷컴 새 대표에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SCM(공급망관리) 전문가로 알려진 최 신임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신선식품 등 SSG닷컴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성과주의 기조를 강조한 것이다.
젊은 인재의 파격적 중용도 눈에 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 대표에는 1980년생 서민성 대표가 선임됐다. 서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뷰티 사업 혁신 전략 수립을 주도했던 전문가다. 코스메틱2부문 대표로 내정된 이승민 대표는 1985년생이다. 이 신임 대표는 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지마켓 대표 내정자인 제임스 장도 1985년생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합작한 조인트벤처 자회사로 변신하는 지마켓에는 '이커머스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봐서다. 알리바바의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경영했던 제임스 장은 지마켓의 새 성장 비전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인공지능 기술) 역량 향상’을 돕게 된다.
이번에 신세계 임원으로 새로 선임된 32명 중 절반 가까운 14명이 4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40대 임원들의 대거 발탁으로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은 16%로 종전보다 비중이 약 2배로 커졌다. 젊은 리더들의 배치가 그룹이 추진해 온 업무역량과 성과 기반 인재양성 기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 파크 개점 등 백화점의 혁신을 주도해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도 겸직한다. 온라인 영역에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