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 네이버와 웹3 최강자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빅딜이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양사의 블록체인 협업 사업에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함께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두나무의 기와(GIWA)다.
8일 블록체인 개발업계에 따르면 두나무가 자체개발 중인 기와체인은 독자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거래소 인프라를 넘어 금융, 결제, 디지털 자산 유통 등 다양한 웹3 서비스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구조를 보면, 기와체인은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 그리고 높은 확장성을 지향하는 레이어2 기반 체인으로, 두나무 생태계의 핵심 기술 축을 담당하게 된다. 네이버와의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이 기와체인은 단순한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을 넘어 네이버 생태계 전체의 디지털 자산 처리·결제 인프라로 확장될 전망이다.
우선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다. 네이버페이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결제 데이터가 모두 기와체인 위에서 처리될 경우, 결제 속도와 정산 효율성이 대폭 개선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기록은 투명하고 조작이 어려워, 사용자와 가맹점, 규제기관 모두에게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기와체인이 실시간 거래를 처리하면서도 안정적인 담보 관리 기능을 갖춘다면, 네이버페이 내 모든 결제 흐름을 하나의 온체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당연하게도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코인 거래소 업비트의 기축 코인, 거래용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기와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기와체인은 단순 결제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하는 예치·대출, 자산운용 서비스까지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전망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와체인 기반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자동으로 이자를 지급하거나 담보비율에 따라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보 자산의 운용 수익은 두나무가 관리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를 결제·금융 서비스와 연결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훨씬 투명하고 빠르며, 중개 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 네이버 생태계와의 연계 확장 시나리오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쇼핑, 콘텐츠, 클라우드, AI 등 다층적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로 들어갈 경우, 기와체인을 통해 이 모든 영역의 '가치 이동'을 블록체인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쇼핑에서 물건을 결제할 때,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자동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 정산되고, 판매자는 기와체인을 통해 별도의 중개 시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네이버웹툰 등 콘텐츠 생태계에서도 창작자 보상 시스템을 기와체인 기반으로 설계하면, 글로벌 유저 간 토큰형 보상, 저작권 정산, 후원 등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B2B 고객을 대상으로 기와체인 API를 제공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결제 또는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확장도 가능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네이버의 벤처 생태계 내 자본 유동화 기회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D2SF 등 다양한 형태로 스타트업 투자와 벤처 인큐베이팅을 이어왔다. 기와체인을 활용하면 이 벤처 포트폴리오 내에서 자본 흐름을 효율화하고, 투자 자산의 온체인 토큰화(자산 유동화) 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하면, 내부 혹은 외부 투자자 간 거래가 기와체인에서 즉시 가능해지고, 스타트업은 이를 담보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비상장 자산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벤처 자본 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개인 투자자 모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고, 두나무는 기와체인을 통해 그 모든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기록·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기와체인은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을 단순한 합병이나 협력이 아닌, 디지털 자산·벤처 자본·결제를 모두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핵심"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결제, 금융, 투자, 스타트업 자금 흐름이 하나의 체인 위에서 순환하게 되면,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온체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현실화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