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디지털자산(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개화될 조짐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내 제도권 자본이 코인시장으로 본격 유입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9일 코인 거래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레이스케일의 솔라나·라이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오는 10일 결정한다. 이와 더불어 SEC는 이달 내로 총 16개의 코인 ETF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솔라나와 XRP,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 기반의 현물 ETF의 운명이 가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알트코인 ETF 상품 출시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코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덕이다. 실제 미국 SEC는 최근 코인 ETF 상장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면서, 알트코인 중심 ETF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SEC는 지난달 코인 ETF에 대한 '일반 상장 기준(generic listing standards)'을 승인했다. 이전까지는 ETF 상장 시 개별 심사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거래소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 승인 없이 ETF를 상장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존에는 최대 240일이 걸리는데다 SEC가 깐깐하게 심사하기로 악명이 높아, 기관 주도 코인 시장은 비트코인 위주로 거래돼 왔다. 

그러나 이젠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코인 ETF 내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렉스 오스프리 엑스알피(REX-Osprey XRP) ETF(XRPR)'와 '렉스 오스프리 도지(REX-Osprey DOGE) ETF(티커명 DOJE)'가 연달아 상장했고,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유사 상품을 상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14년만에 공동원탁회의를 개최해 코인 중복 규제를 줄이고 규제 명확성을 구축하기로 했다. 규제당국이 나서서 시장 개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ETF 시장 개방은 단순히 상품 확장을 넘어 자금 흐름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관과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이 직접 코인을 매입하지 않아도 ETF 형태로 간접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제도권 자금의 본격 유입을 뜻한다.

이 경우 알트코인 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고, 거래소 내 스프레드(매수·매도 차이)가 좁아지면서 가격 변동성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파생상품,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의 등장이 가능해져 시장 구조 자체가 고도화될 전망이다. 특히 ETF 운용을 위해서는 수탁(custody), 감사(audit),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 사업자와 보안 서비스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EC의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종목은 리플(XRP)이다. 송금 및 결제 인프라 중심 코인 리플은 이미 다수의 ETF 신청이 접수된 상태로, 일부에서는 SEC의 별도 승인 없이 상장이 자동 개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솔라나(SOL) 역시 유력 후보로 꼽힌다. 고속 거래처리 성능과 디파이(DeFi), NFT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라이트코인(LTC), 도지코인(DOGE) 등도 ETF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거래 이력과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상대적 안정성 덕분에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카르다노(ADA), 헤데라(HBAR), 아발란체 등 거래량이 높은 메이저 알트코인 역시 ETF 상품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코인 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자금의 참여가 확대되고, 투자 신뢰도가 개선되면 알트코인 시장은 단순한 변동성 자산에서 '유동화 가능한 투자 포트폴리오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ETF가 출시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요 폭증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