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수십 년간 경쟁력 있는 반도체 산업을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인공지능 시대는 전례 없는 개막식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수십 년간 경쟁력 있는 반도체 산업을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인공지능 시대는 전례 없는 개막식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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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표준 중국어로 말하고 있다.

이는 베이징 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텐진 시에 소재한 반짝거리는 아이플라이텍  건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아이플라이텍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공지능 회사 중 하나이다. 보안 게이트 너머로, 화려한 쇼룸 안에서, 미국 대통령이 대형 TV 화면에 나와 중국 회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목소리와 얼굴이지만 녹화 내용은 물론 가짜다. 아이플라이텍이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AI 기술을 대담하게 보인 시연이다.

장 타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플라이텍의 다른 첨단 기술들을 소개한다. 이 투어를 하는 동안 회사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인 타오는 또 다른 놀라운 혁신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즉각적으로 표준 중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휴대용 장치다. 그는 기계에 대고 말하고, 기계가 번역하는 동안 미소 짓는다. “제 장치가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걸 압니다.”

아이플라이텍 번역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 선보인 AI와도 필적할 만한 역량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2017년에 발표한 중국의 계획에 큰 헛점이 있음을 부각시킨다. 내부 알고리즘은 아이플라이텍이 개발했지만 하드웨어, 즉 이런 알고리즘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이크로칩은 다른 곳에서 설계하고 만들어졌다. 중국이 세계의 전자기기 대부분을 제조하는 동안, 이 작고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실리콘 구조를 완벽하게 생산하는 데는 몇 번이고 실패했다. 집적 회로에 대한 외국 의존도가 중국이 계획한 AI에 대한 야심을 꺾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AI 자체가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음성인식, 영상처리 같은 작업을 위해 심층 신경망을 훈련하고 운용함으로써, AI 발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칩은 수십 년 동안 최첨단 하드웨어를 정의한 실리콘 논리회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오랜만에 마이크로칩을 재창조함을 의미한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재래식 칩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 새로운 칩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그 대신 AI에서 기존의 강점과 AI 알고리즘 훈련에 필요한 다량 데이터에 대한 상대적으로 쉬운 접근성은 이를 운용하기 위해 최적화한 칩을 설계하는 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의 칩에 대한 야망에는 지정학적인 영향도 있다. 첨단 칩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 더 나은 암호화, 더 강력한 슈퍼컴퓨터의 핵심이다. 이것은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증가하는 무역 긴장에서 중심에 자리한다. 성공적인 칩 산업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더욱 경쟁력 있고 독립적으로 만들 것이다. 많은 점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은 둘 다 국가적인 힘과 안보에서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리콘 전망
더 발전된 칩 산업은 중국이 진정한 기술 강대국이 되려는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며칠 동안 상하이에서 양쯔강을 차로 달려야 할 정도로 광활한 도시, 우한 외곽에는 축구장 몇 개를 모아놓은 넓이를 차지하는 공장이 있다. 이것은 국영 마이크로칩 제조업체인 칭화유니그룹 공장이다. 이 공장은 2019년 말까지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해 첨단 메모리칩을 만들 계획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총 24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우한 공장을 현재 규모에서 세 배까지 확장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비슷한 비용을 들여 난징 양쯔강과 청두 서쪽에 비슷한 규모로 두 부지를 개발하고 있는데, 중국 회사가 건설한 가장 큰 최첨단 칩 공장이 될 전망이다.

이는 모두 중국이 칩 제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4년에 중국 정부는 국립 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을 설립했다. 이 보조금 프로그램은 지방 정부 보조 기금과 국영 기업들로부터 1800억달러(약 203조원)를 모금할 계획이다. 1년 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선보이며, 중국 제조업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로서 연간 3050억달러(약 345조원) 규모의 칩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는 중국내 칩 수요의 80%를 충족한다는 매우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2016년에는 각각 650억달러(약 73조원)와 33%까지 달성했다. 오늘날 전 세계 생산량은 4220억달러(약 477조원)에 달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액에서 세계 15위 안에 진입한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없다. 첨단 칩은 주로 미국, 대만, 일본, 한국, 서유럽 회사들이 생산한다. 중국의 최대 경제 경쟁국인 미국은 세계 매출에서 약 절반, 중국 반도체 수입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베이징은 강력한 마이크로칩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연구원들은 1950년대 말에 미국에서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에서 첫 번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 대학과 기업들은 문화혁명의 혼란을 겪으면서 뒤쳐졌다. 1960년대에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무어의 법칙이 명확해지면서, 중국의 신생 반도체 산업은 피폐해졌다.

1980년대에 중국 경제가 개방됐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외국기업과 제휴를 맺었지만, 수입한 제조설비는 금세 구식이 됐고, 기본적인 칩도 안정적으로 충분하게 생산하지 못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중국이 전자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했을 때조차 관료적인 실책과 고품질 수입 칩 이용가능성을 정부가 방해했다. 인텔과 삼성, 대만 반도체 같은 외국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 기술에 필적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은 없었다.

아시아의 반도체 산업을 추적하는 번스타인(Bernstein)의 분석가인 마크 리(Mark Li)는 중국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적어도 5년은 뒤쳐진 것으로 추정한다. 무어의 법칙은 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나 그 이상 향상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상당한 격차다. 중국은 스마트카드, SIM카드, 심지어 기본 전화기에 사용하는 비교적 단순한 칩을 만드는 수많은 저가형 제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고급 프로세서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종류의 공장은 아니다.

다른 건 능숙하게 만들어내면서 왜 중국은 아직도 첨단 칩을 만드는 데 고전하고 있는 걸까? 기본적으로 이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신 칩은 개별 원자 크기로 제작되는데, 각각 크기가 몇 나노미터에 불과한 수십억개 트랜지스터로 이뤄진다. 이것들은 너무 복잡해서 중국 기업가들이 많은 외국 상품을 가지고 해왔던 것처럼, 하나를 해체해 그 디자인을 모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이것이 가능할지라도 다음 세대를 디자인하고 조작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제조에는 수백, 심지어 수천 가지의 기술적인 어려움이 수반된다.” 중국과학원 첨단 컴퓨터 시스템 센터의 원장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자인 전문가인 융강 바오는 말한다. “따라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

인공지능이 이 게임을 바꿀지도 모른다.

딥러닝은 최근 몇 년 동안 그 힘을 증명한 AI 기술로, 의료 영상에서 질병 발견하기, 자율주행 자동차를 길가에 세워두기, 명령문 분석하기 같은 유용한 일들을 처리한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대부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딥러닝은 생물학적 뇌처럼 복합적인 뉴런 층과 거의 유사한 대규모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네트워크가 과제를 학습함에 따라 연속적인 층에서 일련의 계산이 이뤄진다. 각 계산 결과는 각 층과 다음 층 사이의 연결을 변화시킨다. 근본적으로 네트워크는 실행되면서 그 자체를 다시 프로그래밍한다. 이미지에서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은 전통적인 프로그래밍에서처럼 단계별 논리 연산의 결과가 아니라, 네트워크 내의 수많은 매개변수가 철저한 훈련을 통해 수정되고 재조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생겨난다.

연구자들은 원래 3D 이미지를 빠르게 렌더링하도록 설계한 게임기칩이 범용칩보다 딥러닝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그래픽처리장치(GPU) 계산을 이용해 딥러닝을 주로 훈련한다. GPU 시장에서 선두주자 중 하나인 엔비디아(Nvidia)는 게이머를 위한 하드웨어 공급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인텔과 다른 기업들은 딥러닝 훈련을 위해 강력한 새로운 칩을 고안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최상의 알고리즘을 위해 고안된 맞춤형 칩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유사한 계획들을 발표했다. 7월에 거대 검색업체인 바이두(Baidu)는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을 운용하기 위해 쿤룬(Kunlun)이라는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9월에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알리바바(Alibaba)는 AI칩 생산을 전담하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대담하고 강인하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동물인 벌꿀 오소리의 별명인 핑터우거(Pingtouge)다.

AI 붐이 일어난 시점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행운이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반도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딥러닝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AI칩 설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메모리나 논리회로와는 달리, 이 기술에서는 중국이 절망적으로 뒤처져 있지 않다.


전문화된 하드웨어

카이 유(Kai Yu)는 이미 중국 AI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중국과 독일 대학에서 신경망을 연구했다. 안경 쓴 쾌활한 사람인 그는 2013년에 바이두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했고, AI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 됐다.

자동차 앱 디디(Didi)로 베이징 아침 교통상황을 검색하면서, 유는 바이두가 딥러닝에 자원을 쏟아 붓기 시작했을 때 하드웨어 칩의 중요성이 빠르게 드러났다고 말한다. 2015년에 그는 바이두가 전문화한 AI칩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회사의 전문지식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해 말에 유는 바이두를 떠나 자기 회사인 호리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를 설립했다.

호리즌은 사전에 훈련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운용하는 ‘특수 용도’ 마이크로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차와 더 똑똑한 로봇을 위한 칩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유는 이런 칩들이 머지않아 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가 10년 앞을 내다본다면 컴퓨터 사용에서 절반 이상이 AI와 관련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8월에 중국에서 통신과 스마트폰 최대 업체인 화웨이가 영상과 음성 인식 같은 딥러닝 작업을 위해 설계한 논리부품인 ‘신경처리장치’를 탑재한 모바일 칩, 키린(Kirin)을 공개했다.

대만 TSMC에서 제조한 이 칩은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 역량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는 중국의 눈부신 진보와 야망을 반영한다. 이 칩은 7나노미터 정도로 작다는 특징을 지닐 정도로 중국내에서는 나노미터 급 최초 제품 중 하나다. 소형 부품은 칩 속도와 성능을 높이지만 디자인과 제조도 훨씬 어려워 화웨이 기준에서는 의미심장한 성취다. 딥러닝에 최적화한 칩 디자인은 중국과학원 연구원들이 2016년에 설립한 캠브리콘(Cambricon)이라는 신생업체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 캠브리콘은 25억달러(약 2조8250억원) 가치를 지닐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기업이다. 지난 10월 화웨이는 아센드(Ascend)라는 또 다른 AI칩을 발표했는데, 이는 사내에서 설계한 것이다.

불화의 씨앗

중국의 칩 야망은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첨단기술에 접근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 공격적인 인수, 강제적인 기술 이전, 그리고 이른바 산업 스파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칩 제조는 군사력에서 핵심이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으로부터 칩 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막으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미국 정치인들을 통합시키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다.

2018년 4월, 미국은 중국의 주요 첨단기술 업체 중 하나인 ZTE가 미국 칩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ZTE가 금지령을 어기고, 이란과 북한에 미국의 첨단기술이 포함된 장비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10월에 미국은 기업 비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후지안 진하우(Fujian Jinhau)가 미국제 부품을 구입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규제들은 부분적으로는 재산권 침해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칩 제조 발전을 늦추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중국의 등반을 재촉할 뿐이다. “중국 사람들은 미국이 발전을 쉽게 멈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중국과학원 바오(Bao)는 말한다. “이것 때문에 아마도 일의 진척이 더 빨라질 것이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든 간에, 중국의 첨단 칩 제조 행진은 거의 막을 수 없다. 진정한 초강대국은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모두에서 대단히 중요한 첨단 기술을 아웃소싱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수십 년간 추격 끝에 중국은 마침내 이 분야에 대한 지배력을 확립할 기회를 얻고 있다.

텐진에서 타오는 아이플라이텍이 전자번역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체 칩 설계를 고려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로 그때 AI가 생성한 트럼프 버전이 목청을 돋운다. 人工智能正在改?世界, “인공지능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영어 원문은 MIT테크놀로지리뷰(www.technologyrevie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는 테크M 온라인 2019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