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대 혁신 기술 선정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인터뷰

[테크M=곽예하 객원기자]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0대 혁신기술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에게 10대 기술 선정을 의뢰해 주목받았다.
빌 게이츠는 올해 10대 혁신기술로 ①손 재주 좋은 로봇, ②차세대 원자력, ③혈액검사로 조산 예측, ④소형 캡슐형 장기 검사기, ⑤맞춤형 암 백신, ⑥인공고기로 만든 햄버거, ⑦이산화탄소 포집기, ⑧손목형 심전도 측정기, ⑨하수도 없는 위생시설, ⑩대화하는 AI비서를 선정했다.
빌 게이츠는 “1913년 34세였던 인류 기대 수명은 1973년 60세를 넘어, 이제는 71세”라며 “이제 웰빙(well-being)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라고 선정 이유를 말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빌 게이츠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10가지 기술을 선정하게 된 더 자세한 계기를 물었다.
Q. 오늘날 많은 이들이 기술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악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어떻게 기술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나?
현재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가난한 나라들은 부유한 나라들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 인류는 중산층 국가에 살고 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중산층 국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과학의 힘이 있었기에 점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심장병과 암에서 인류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또 우울증이나 당뇨병, 그리고 비만 같은 만성 질병에서도 미생물이나 관련 신호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찾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기술에 대해 낙관적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힌다.
Q. 혹시 당신이 이미 성공한 사람으로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그러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껏 살면서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그러나 이러한 내 개인적 경험을 전부 날려버려야 한다고 해도, 큰 그림에서 봤을 때 나는 그 어느 시절보다 오늘 태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보다는 20년 후에 태어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Q. 선정한 혁신기술 목록 중에 ‘실험실에서 재배한 고기’가 포함됐다. 이것이 아직은 매우 잠정적이고 비싼 기술임에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기술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에너지만으로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약 4분의 1만이 전기 발전에서 나온다. 지금껏 사람들은 육류 섭취를 위해 가축을 생산하는 것이 온실가스 문제에서 큰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Q.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하수도 없는 화장실’을 선정하고, 이는 앞으로 200년 안에 위생 분야에서 일어날 가장 큰 진보라고 설명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저소득 국가에서 하수도 건설에 필요한 자본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하수도 없는 화장실은 액체나 고체 형태의 사람 배설물을 갖고 일종의 분리 작업을 한다.
태울 수 있는 고체, 그리고 여과할 수 있는 액체는 빠르게 도시화 되는 세상에서 우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게이츠파운데이션(The Gates Foundation)은 이 기술 발전을 위해 2억달러(약 232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Q. 선정한 10가지 혁신기술 중 세 가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신은 현재 벤처캐피탈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reakthrough Energy Ventures·BEV)‘를 통해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 투자금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은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정말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할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가.
이 문제는 우리가 인도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이 냉난방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를 공급하라”라고 할 때 드러난다. 우리에게 전기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소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이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생산하려면 더 많은 석탄 공장을 짓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이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초 연구에 얼마를 투자할지 결정하거나, 어떻게 하면 혁신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이 바로 정치다. 만약 오늘날 우리가 기술을 더 개발하지 않고 동결해버린다면, 당신은 미래에 지금보다 4°C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Q. 10가지 혁신기술에는 ’핵융합‘도 있다. 이 기술은 언제나 금방이라도 사용될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이 기술은 어떤 점에서 낙관적인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가 투자한 기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핵융합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해 전체적인 자본 비용을 낮추고 있다. 이는 매우 인상적이다.
현재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핵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회사가 10개 이상 있다. 아마 이들 중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확실히 큰 공헌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이들을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중국이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점점 커져만 가는 중국의 권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점차 혁신적이게 된다는 것은 아마도 세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부분 중산층 국가들이 그러하듯 중국 또한 현재 큰 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1950~60년대 미국, 1970~80년대 일본, 그리고 한국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떠올려보라. 국가는 더 뛰어난 기술을 갖게 될수록, 더 야심찬 일에 뛰어들고자 한다.
미국이 중국 성장을 계기로 국가 우세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은 "일본이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것을 알아냈구나"라고 깨달으며,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를 새롭게 했다. 사실 당시 일본은 과학 혁신 측면에서 미국을 앞지르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것이 미국에게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테크M=곽예하 객원기자(yeha17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