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중략)...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본 예절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출입하는 어느 빌딩의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된 안내 문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기본 예절이 돼버린 세상.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정상이 아니었던 것들이 일반적인 표준이 되는 것.
궁금한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진정된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이 계속 기본 예절로 남아 있을지, 혹은 그때가 되면 마스크 작용은 예전처럼 개인의 선택으로 돌아갈지의 여부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과는 달리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뉴노멀,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뉴'노멀이 아니라 노멀이 되어 버린 것들이 있다. 우리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는 정보기술이 그 예다.
이렇게 뉴노멀에서 노멀로의 전환이 인류문명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우리는 싱귤러리티(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싱귤러리티는 원래 일반상대성이론의 용어다. 부피는 0에 수렴하고 질량은 무한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곳, 바로 블랙홀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초래된 변화가 우리 실생활에서의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싱귤러리티를 만든 대표적인 사건은 아마도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이 아닐까. 이제 어느 누구도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조차 없어졌으니까.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다양하고 폭넓은 지능의 자동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싱귤러리티의 시대가 언제 도래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은 이미 크고 작게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음성인식스피커, 영화/음악/쇼핑 추천, 길 안내, 부분자율주행, 얼굴인식, 사진정리...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채로 바꾸는 날이 과연 올지, 온다면 언제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시나브로 변하고 있는 세상은 뒤돌아 봤을때야 비로소 그 변화를 깨닫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인류와 사회는 변화앞에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듯 하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 사실. 우리는 새로운 노멀에 적응해야만 한다.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싱귤러리티는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제로투원(Zero to One)'의 저자 피터 틸은 더 좋은 미래는 그냥 오는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돼버리고 더 이상 뉴노멀이 아닐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만들어야 할까.
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답이 아닐까 조심스레 제언해본다. 기술이 발전하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의 불완전의 폐해는 비례해서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폐해는 가진 사람들보다는 덜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기술의 특성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갈때 '공정성'과 '이익추구'는 결코 아름답게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보이고 사용되는 기술, 주어지는 기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회의적 사고에 바탕해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틀을 형성하도록 하는 집단의 노력. 바로 이것이 시민과학이다.
뉴노멀이 노멀로 되어 가고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 모두가 시민과학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글=윤종영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윤종영 님은?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가르치고 있다. 미 스탠포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15년 넘게 실리콘밸리에서 IT컨설턴트업을 해오면서 실리콘밸리를 깊고 다양하게 체험했다. '응답하라 IT코리아'를 공동집필한 바 있으며, 팁스타운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도왔다. 현재 서울산업진흥원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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