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갈등
망이용료 논쟁은 여전히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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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P-ISP-국내 CP 엇갈린 입장

#누구의 손도 선뜻 들어주기 어렵다

#결국 법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강제 '집콕족'이 된 사람들의 대안은 온라인 동영상 스프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였다. 올 1분기 넷플릭스 유료 시청자는 1580만명이 늘었다. 신규 가입자 증가로는 역대 최대 수치다.

전 세계 1억829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거느린 공룡 미디어 넷플릭스는 '언택트' 시대 수혜자로 앞으로도 승승장구 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넷플릭스는 '갑(甲)플릭스'란 별명을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용자가 늘면서 영향력이 커지자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업체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임승차 하면서 소송까지... '甲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 한국에서도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 한국에서도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사용료도 내지 않고 통신망에 무임승차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막대한 넷플릭스의 트래픽 때문에 골치를 앓던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이용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도리어 소송을 걸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해야 할 '부채'가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이미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받고 있는데, 자신들에게도 망이용료를 받는 건 이중부과라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팔짝 뛸 노릇이다. 이용자들이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러 들어가면 해외에 있는 서버에서 동영상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이 해외망 증설과 운영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업체의 몫이다.

이용자들은 넷플릭스 화질이 좋지 않거나 끊긴다고 SK브로드밴드에 야단이다. 넷플릭스에겐 돈 한 푼 못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망을 증설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억울할 만 하다.


'새벽배송' 해준다는 데... SKB는 왜 안받나


넷플릭스가 노력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혼잡 시간대를 피해 이용자들이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 데이터를 미리 가져다 놓는 '오픈커넥트'를 SK브로드밴드에 무상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이를 거부하고 망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의 요청으로 중재를 맏았던 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가 재정 절차를 무시하고 법원으로 달려간 탓에 주무부처로써 체면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도 선뜻 결론을 못내고 나름대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게 사안의 배경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통신사(ISP)들 사이에도 사정이 제각각이다. 일찍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국내 진출을 도운 LG유플러스는 IPTV 매출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LG헬로비전, 딜라이브 등 케이블 업체도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를 도입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 업계 전체의 주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모회사인 SK텔레콤이 넷플릭스에 대항할 국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를 내놓고 열심히 사업 중이다. 넷플릭스와의 대립이 꼭 망이용료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통신사도 콘텐츠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데, 이들의 망이용료 협상력을 높여준다면 불공정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손잡고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 / 사진 = 웨이브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손잡고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 / 사진 = 웨이브

넷플릭스도, 통신사도 다 얄미운 국내 CP


그렇다고 넷플릭스 손을 들어주자니 다른 국내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와의 불평등 문제가 걸린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은 통신사에 매년 수백억원대의 망이용료를 내고 있고, 이 비용 때문에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해외 서비스와 같은 4K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맘놓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CP의 경우에도 망이용료 자체가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국내 CP들도 내심 넷플릭스처럼 망이용료를 내지 않고 사업하길 원하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마련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통신사에 유리하게 마련되자 국내 CP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넷플릭스가 맘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통신사가 유리해지는 걸 원하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문제를 그냥 두고만 볼 수도 없다. 넷플릭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럽 지역의 스트리밍 품질을 낮췄다. 이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망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넷플릭스 스트리밍은 표준화질(SD)과 고화질(HD), 초고화질(UHD)로 서비스 되는 데, 화질이 높을수록 가입료가 비싸다. 화질이 높아지면 데이터가 커져 비용이 더 드는 건 사실 망사업자인데, 정작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ISP의 망 투자비용이 늘면 결국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총대를 메고 있긴 하지만 ISP와 해외 CP, 국내 CP 간의 입장은 계속해서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끼리 해결을 못하면 결국 법으로 푸는 방법뿐이다. 이미 총선공약에 나왔 듯이 21대 국회에서도 해외 CP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삼각관계는 없다. 누구 하나는 불행해지더라도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이 모두 불행해지는 길을 막는 것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