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거르는 페북템에서 품질 UP '인싸템'으로
#이익 내는 스타트업인데 오너 지분만 70%
#구글 아마존 안부럽네... '넘사벽' 복지 눈길
국내 미디어 커머스 업계의 대표주자이자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손꼽히는 블랭크코퍼레이션(블랭크)이 지난해 9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브랜드를 직접 론칭, 그간 자체제작으로 수익성을 높여왔지만 지난해부터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내실다지기에 착수한 것이 실적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블랭크의 내실다지기는 기존 스타트업과는 확연이 다른 모습이다. 새롭게 변모할 블랭크의 모습과 지난해 실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본다.
적자에도 탄탄한 벨류에이션... 스타트업인데 오너 지분이 74%!
창업자인 남대광 대표의 지분이 74%에 이르는 독특한 스타트업 블랭크는 좋은 인재를 모아, 기존 제조업이 하지 못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곳이다. 알려지지 않은 좋은 제품을 발굴하기도 하고, 뻔한 제품은 마케팅으로 가치를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블랭크는 연결기준 매출 1315억원, 영업손실 89억원, 당기순손실 92억원을 기록했다. 1년전과 비교해 매출은 4% 증가하며 외형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약 207억원 늘었고,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인건비만 140억원에 달한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재고자산 규모가 매년 두배 가까이 늘면서, 손익구조와 마케팅 여건도 좋은 상황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회계기준을 변경(K-IFRS)하며 사용권 자산, 리스 등 부채 인식으로 손실 집계가 늘었고, 앞서 발행했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및 스톡옵션, 무상증여 역시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며 6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때문에 지난해 실적이 벨류에이션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 투자업계(IB)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블랭크는 최대주주 지분이 적은 마켓컬리 등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남 대표 지분이 74%에 이른다. 규모는 커졌지만, 아직 시리즈A 단계 투자만 유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유치 기회 및 성장의 모멘텀이 열려 있다. 현재 블랭크의 기관 지분율은 20%에 불과하다. 블랭크의 자산총계는 574억원, 부채총계는 380억원에 불과하며 현금성자산은 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이익 규모가 100억원 이상에 달했던 부분도 향후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분석포인트 1. 싸구려 페이스북 아이템 NO! 내실다지기 총력전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던 블랭크가 1년새 적자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남 대표가 지난해 사업방식을 대대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블랭크는 미디어 콘텐츠와 상품 판매를 결합한 '마약베개', '퓨어썸샤워기'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미디어 커머스 업계에선 설립 3년 만에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한 스타트업은 블랭크가 유일하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인스타 등을 활용한 커머스 방식이 범람하며 사업자가 폭증하는 바람에 품질과 고객만족도 면에서 오류를 만들기도 했다. 비슷한 패션 제품을 소싱하거나 입점 유통하는 플랫폼(무신사, 지그재그 등)과는 달리 블랭크는 모든 제품을 자체 제작하는 방식 탓에 품질과 관련한 논란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Z세대부터 2030세대까지 아우르는 과감한 마케팅 전략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정작 품질이 기존 대기업 제조사에 비해 밀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고. 업계 1위 플레이어인만큼 '믿고거르는 페북템'이라는 오명을 모두 받기도 했다.
이에 블랭크는 지난해부터 생산-품질 관련 전문인력을 수급하고, 프로세스를 2중, 3중까지 늘리며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전문연구기관과 협력해 모든 제품의 품질검수 및 점검 프로세스를 마련했으며, 제조사에 품질 등급을 매기는 '블랭크오딧' 인증제를 발행했다. 블랭크의 이름을 걸고, 품질을 직접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블랭크 관계자는 "최근 판매되고 있는 블랭크 반려동물 제품의 경우, 전문연구기관과 한국애견협회, 자체 브랜드 아르르 간 3자 품질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ACS' 자체 인증제도를 출범시켜 품질을 극대화하는데 거액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고객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도 확대해, 고객경험 데이터 및 품질만족도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공력을 쏟고 있다. 싸구려 제품을 비싸게 파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남 대표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 최근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급상승하며, 블랭크의 2020년 1분기의 매출은 설립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분석포인트 2. 우린 남들과 달라... 커머스 기업이 콘텐츠를 만든다?
블랭크의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또다른 이유는 과감한 투자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남대광 대표 특유의 독창적 마케팅 전략이 큰 비용을 집행하게 했다. 그간 블랭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행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오리지널 콘텐츠을 통한 간접 마케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여기에 투입된 비용만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대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간접적으로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 블랭크는 '고등학생 간지대회', '구인구집', '허지웅답기', '댓글툰' 등 독특한 미디어 콘텐츠를 직접 제작,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시키고 있다. 방송사 및 대형 OTT 업체도 부담이 될만한 제작 스케일을 과시하고 유명 스타를 직접 앞세우는 것이 특징.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경우, 시즌1의 우승자와 참가자가 블랭크와 함께 직접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다양한 내부 브랜드로 에피소드를 구성하며 팬심을 모으고, 브랜드 사업에 탄력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실험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블랭크씨'와 한류와 여행을 필두로 콘텐츠 사업모델을 만드는 '블랭크케이' 등 신사업 법인도 출범시켰다. 내부적으로는 레이블스토어부터 제제, 딜로마켓 등 실험적인 자체 커머스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하며 신규 방향성 모색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랭크는 창업 2년만에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수시장 퍼스트'인 보통의 스타트업 체력으로는 고려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블랭크는 아시아지역에서 빠르게 안착하며 지난해 해외법인으로만 매출 200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굴지의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베트남 한 곳에 진출해 아직까지도 10억원대의 매출을 내고 200억원대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다. 또한 동종의 스타트업은 물론 무신사, 마켓컬리 등 대형 커머스 플랫폼 기업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올해 블랭크의 글로벌 매출 전망치는 350억원에 달한다.
분석포인트 3. 직원 수준? 구글 아마존 안부럽네... '넘사벽' 직원복지의 힘
블랭크의 인건비가 고비용 구조로 운영되는 이유는 남대광 대표 특유의 인재론 탓이다. 지난해 블랭크는 10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 전년대비 2배 이상 조직 규모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남 대표는 개인지분을 전직원에게 증여키로 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남 대표가 앞으로 직원들에게 부여할 개인지분은 전체 유통주식수의 약 10% 규모로, 이는 현재 벤처캐피털 업계가 추정하는 벨류에이션(5000억~8000억원)으로 따져보면 약 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아울러, 남 대표는 사재를 출연해 전직원에게 전세보금증 1억원 무이자 대출 상품을 지급하고, 월급과 별도로 매월 200만원 상당의 적금을 직원들 대신 적립하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년간 진행된 한시적인 제도로, 기간을 채우면 약 4800만원의 목돈이 생기는 것이다. 또 지난 2월에도 사재 투입으로 자체 어린이집을 설립, 스타트업도 평생직장으로 여길 수 있는 복지제도를 갖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 중 사실상 블랭크를 넘어서는 직원복지를 갖춘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약 200명의 인재가 곧 자산이라고 믿는 남 대표의 신념이 반영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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