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클립을 통해 받은 50 클레이(오른쪽)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업체 계정에 옮겨, 5분만에 현금화(왼쪽)한 모습/ 사진 = 이수호 기자
카카오톡 클립을 통해 받은 50 클레이(오른쪽)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업체 계정에 옮겨, 5분만에 현금화(왼쪽)한 모습/ 사진 = 이수호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의 국내시장 유통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클레이 가격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클립 다운로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들도 인당 1만5000원~2만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까지 클립 다운로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카카오가 부담할 마케팅비만 최대 2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카카오 '클립' 회원 10만명, 오늘 환전하면 1만6000원 받는다 


7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카카오 클레이는 농협 은행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가상자상 거래업체 코인원을 통해 전일대비 3% 오른 개당 32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일, 카카오톡을 통해 가상자산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지갑서비스 '클립'을 내놓고 이에 따른 다운로드 마케팅으로 이용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인당 50개의 클레이를 지급했다. 클레이는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자체 가상자산으로 현재는 클레이 지급 마케팅이 종료된 상태다. 

해외 거래업체를 통해 개당 120원선에 거래되던 클레이는 국내 시중은행(농협)으로부터 입출금 계좌를 보유한 대형 가상자산 거래업체 코인원이 지난 5일, 클레이 거래중개를 지원하면서 클레이를 받은 이용자 모두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실제 카카오톡 더보기탭을 통해 클립에 들어가 '토큰보내기'를 클릭, 코인원의 클레이 주소를 복사해 붙여넣으면 5분만에 클레이를 옮길 수 있다. 코인원에 회원가입, 농협 계좌만 인증받으면 누구나 손쉽게 약 1만6000원(클레이 시세 330원, 오후 5시 기준)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만약 클립 가입이벤트에 참여한 10만명의 이용자가  모두 클레이 환전에 나선다면, 카카오가 지불한 마케팅비만 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클레이 가격이 지난 5~6일 사이 500원대까지 치솟은 만큼, 당시 환전에 나선 이용자는 인당 2만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클레이튼에 입점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픽션'은 콘텐츠 창작자들을 후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를 구축했다. 웹툰 플랫폼 배틀고믹스를 운영 중인 배틀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 픽션

 


클립 상용화 본격화…이젠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주목' 


클립은 쉽게 말해 가상자산을 담는 지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용자는 카카오 계정을 연동해 클립에 가입한 후, 가상자산을 친구와 주고받을 수 있다. 수수료는 무료다. 향후 그라운드X는 카카오 클레이튼 기반으로 개발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비앱)을 클립에 연동해 블록체인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코스모체인과 힌트체인, 에어블록, 픽션네트워크 등 10여곳의 파트너사가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그간 카카오를 비롯 국내 대기업들 대부분 가상자산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렸다. 기존 서비스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운영비가 적게 드는데다, 분산원장의 특성을 활용해 서비스 안정성부터 이용자 빅데이터까지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을 고객 유치의 수단으로 활용, 플랫폼 경쟁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블록체인 서비스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정의가 결정되지 않은데다, 자금세탁과 투기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지난 2년간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개발시장은 침체기에 돌입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불법으로 낙인 찍힌 블록체인 서비스를 접는 기업들이 속출했고, 가상자산 거래시장 또한 급속도로 위축돼갔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카카오 또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내놨지만 대내외 사정으로 보상형 가상자산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지 못했다. 가상자산 투기를 우려한 정부의 부정적 스탠스가 지속된 데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 인허가 사업에 집중하면서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은 좌초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그라운드X는 포기하지 않고 기술개발과 규제를 대비한 운영최적화에 공을 들여왔고 결과적으로 카카오톡 기반의 지갑서비스 클립을 만들어냈다. 가상자산의 법적기준이 마련된 관련 입법이 진행된데다, 정부 또한 가상자산 투기에 대한 우려를 많이 내려놓으면서 클립 출시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여기에 해외 주요 대기업이 시장 진출을 머뭇거린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카카오 클레이튼의 가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실제 현재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출시된 블록체인 앱은 약 51종으로, 이중 소셜과 게임 분야 디앱이 20여종에 달한다. 클레이튼 블록체인 앱의 일간 이용자 또한 1만명대에 달할 정도로 이용자의 관심 또한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차가운 겨울을 견뎠던 토종 블록체인 개발사들이 카카오라는 대기업의 출현으로 시장 정립과 블록체인 대중화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침 정부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고 있어, 특금법을 비롯한 규제입법이 빠르게 마련된다면 고용창출과 인터넷 혁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디지털 자산이 낯선 개념이라 솔직히 걱정이 많았고, 보수적으로 한달정도의 시간을 예상했지만 출시 당일 10만명의 가입자가 몰렸다"며 "앞으로 재미난 디지털 자산들을 소개하고 클레이 활용 케이스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