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으로 다가온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 기반의 국내 핀테크 서비스 업체들이 저마다 신뢰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토스 부정 결제 사건'을 계기로, 기존 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핀테크 업계의 서비스 불안감이 크다는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불어 향후 개정될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적용되기 전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 이용자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인정보 도용부터 보이스피싱까지... 카카오페이-토스 "보상할 것"
6일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 도용 등으로 부정결제 피해를 본 이용자를 위한 관리체계와 소비자보호 태스크포스(TF) 마련에 나섰다. 단순 수사기관 협조 외에도 실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체 사고조사에 나서는 한편 수사기관의 조사가 나오기 전에도 피해자를 위한 선보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토스 또한 이날 고객 피해 전액 책임제 도입을 선언했다. 명의도용 및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토스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토스 서비스를 거쳐 일어난 금전 피해는 토스가 구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보호 범위는 제 3자의 명의도용으로 일어난 송금, 결제, 출금 등의 피해 및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한 금전으로, 사용자는 문제 발생 후 30일 이내에 토스에 신고하면 내부 절차를 거쳐 손해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휴대폰 불법 개통 등을 통한 명의도용의 경우 실제 피의자가 특정될 때까지 고객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었으나, 토스의 이번 정책 시행으로 제3의 기관을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전 우선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대표는 "토스에서의 금전 거래가 대면 서비스만큼 안전하게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사기 피해에 대해서도 토스를 통해 일어난 일이라면 모두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고객 중심이라는 점에 토스팀 모두 깊게 공감해 이번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이어 네이버까지? 기존 금융사 견제구는 계속된다
국내 핀테크 업계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과감한 대책 마련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결국 오는 8월 시행될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 기존 금융권과의 '밥그릇 경쟁'에서 견제구를 피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권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한꺼번에 모아서 맞춤형 상품 추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신용정보가 아닌 다량의 빅데이터를 이미 보유한 인터넷 기업들이 금융권만 보유하고 있던 고객정보까지 품게 되면 파급력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것이 기존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전통 금융업계가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 개인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전통 금융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로 유입되는 외부 데이터가 신용정보로 제한적이다. 이로인해 핀테크 업체들을 향한 기존 금융권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금융업을 인터넷 기업이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머뭇대면 막강한 사용자 환경을 갖춘 포털업체가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미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카드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시중은행을 넘어선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페이코로 대표되는 모바일 결제사업자에게 완패를 당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간편결제업체의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잇따르면서 카드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선 월 100만원까지 간편결제업체의 후불결제가 허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금을 충전해 사용해야하는 간편결제서비스가 통장 잔고 없이도 결제가 가능해질 경우, 사실상 기존 신용카드사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돌입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통장 잔고가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가 간편결제의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신용카드와도 경쟁할 수 있게 된 것. 문제는 현재 카드사 대부분 수익의 대부분이 신용카드를 통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소액 후불결제를 비롯 마이데이터까지 핀테크 기업의 진입이 늘어날 경우, 기존 금융권은 경쟁구도에서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양 진영의 여론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