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달리는 2차 전지주... 이제라도 담아야 하나?

#전세계 전기차 3분의 1은 '한국산 배터리'로 달린다

#완성차 회사의 '배터리 내재화'는 리스크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2차 전지 관련주. 대장주 LG화학은 지난 3월 23만원이었던 주가가 9월 1일 기준 73만 3000원을 찍었다. 시가총액은 약 51조7000억. 코스피 5위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30조에 18만원이었던 주가는 44만원 선까지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5만5000원을 찍고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14만 7000원까지 오른 상태다.

2차 전지가 그렇게 유망하다던데...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이런 회사 하나쯤은 내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상승률이다. 


규모의 경제 끝판왕, 2차 전지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는 2차전지 관련 회사가 어떤 곳인지부터 짧게 살펴보자. 배터리 그리고 그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만드는 회사들을 말한다. 이게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과학 시간에 배운 전자의 이동을 생각해보자. 전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을 한다. 이동을 다 하면 방전이 되는데 충전을 통해 다시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를 이동시키는 게 2차전지의 원리다. 양극재는 리튬을 제공하고 전해액은 리튬의 이동매개체가 된다. 음극재는 리튬을 저장했다가 방전될 때 저장된 리튬 이온을 방출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섞이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이다.

스마트폰 같은 소형 IT기기에서 전기차, 전력저장장치 ESS 등이 성장하면서 2차 전지 시장은 2025년 280조 5580억원 규모로 성장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큰 수준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배터리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전기차나 ESS에 필요한 중대형전지는 연구개발 뿐 아니라 시설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생산량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손익분기점에 닿기가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가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영역인 것이다.

먼저 규모의 경제를 이룬 건 LG화학이다. 앞서 LG화학은 중국 공장, 충북 오창공장, 미시간주 홀랜드공장 등에 이어 폴란드에도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올 초에는 가전업체 공장터를 구입해서 모두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2018년과 비교해서 배터리 생산량은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가 대중화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수요에 앞선 투자를 하다 보니 ESS 사고에, 폴란드 공장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 마음 고생 속에 그동안 적자 행진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2분기 실적은 달랐다. 지난해 4분기까지 2496억원 적자였던 전지부문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코로나 19 타격 속에서도 전지부문은 매출 2조 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SDI도 2분기 전체 매출 2조 5586억원. 영업이익이 103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전지부문 매출이 1조 9187억원이다. 소형전지 매출이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었고 ESS 배터리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7%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판매물량 증가에도 1분기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판매물량은 증가했지만 판관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영업손실이 증가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1공장에 이어 2공장, 미국 제1공장을 짓는 등 엄청난 돈을 설비증설에 쏟아 붓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빨라졌다


2차 전지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럿 있다. 우선 '전기차'의 대중화 가능성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점이다. 지금 전기차를 생산하고 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그리고 생산비용이다. 이걸 줄일 수 있는 건 결국 저가로 고효율의 양극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각국 회사들이 성능 개선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지금 쓰이고 있는 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에서 가장 비싼 코발트를 줄이고 니켈 비중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주는 코발트를 썼을 때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디미닛 제공
/사진=디미닛 제공

테슬라만 봐도 코발트를 없앤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동안 코발트 함량이 20%였던 NCM 배터리를 쓰던 LG화학은 코발트 비중을 10% 미만으로 내리고 대신 알루미늄을 넣은 NCMA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니켈 비중을 90%로 늘리고 코발트 비중을 약 5%까지 줄인 NCM 구반반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고 2023년 포드 전기픽업트럭에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니켈 비중 8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소재 배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하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노력 속에 2023년이면 전기차의 총소유비용이 내연기관차와 대등해질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이 더 발전해서 셀 원가가 킬로와트 당 100달러 정도에 도달하는 시기가 오면 그 땐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나아지게 된다.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치이더니... 순위 끌어올린 '한국'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지난 1991년 처음 일본 소니사가 개발해서 일본이 우세하던 리튬전지 배터리 시장에서 버티고 있었던 한국 회사들은 2016년 말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중국이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을 쓰며 다시 힘든 시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의 CATL이라는 배터리 제조업체다. 1999년 설립된 CATL은 2010년까지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휴대폰 배터리업체였지만 2011년 배터리 전기자동차를 위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위상이 크게 변했다. 2018년에는 세계 1위 점유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중국에 치여 2018년 기준 4위에 머물던 LG화학은 올해부터 다시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삼성SDI도 2018년 8위에서 올 1분기 4위까지 몸집을 키웠다. 아예 순위 밖이었던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39위에서 올 1분기 7위로 올라섰다. 국내 3사가 차지하는 점유율 총합만 37.5%다.

/사진=LG화학 제공
/사진=LG화학 제공

단순히 점유율만 높은 건 아니다. 한국이 우리보다 늘 한 발 앞섰던 일본과 몸집 큰 중국을 여러 분야에서 이겨온 비결은 '기술력'이다. 먼저 이 시장에 진출한 일본을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도 니켈수소에 고심하던 일본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로 발빠르게 시장에 나섰던 한국 기업들의 뚝심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리튬이온 배터리긴 한데 니켈 대신 철이 들어가 가격이 반값인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력할 때는 니켈 함량을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 배터리 회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며 배터리 시장을 끌어 올렸다지만 더 오래 달리고 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완성차 업체들을 끄는 건 이제 '물량공세'보다 '성능'이라는 점에서 한국 회사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자동차 제조사에 의존할 때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여러 대륙을 뚫었다. 그 결과 LG화학은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아우디, 쉐보레, 폭스바겐, GM 등 여러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 중국 공장 생산 제품에 납품계약을 체결하며 파나소닉의 독주를 깨기도 했다. 테슬라 배터리 공장 짓는 비용까지 대준 파나소닉 입장에선 배가 아플 수 밖에 없었던 소식이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볼보, SK 이노베이션도 폭스바겐, 다임러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에 납품하지 못해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한국 회사들에겐 2016년이 '전화위복'의 시기였다. 배터리가 전기차에 들어가려면 제품개발부터 안전성 검증까지 거의 10년이 걸리는 만큼 배터리 공급사는 한번 단골이 되면 잘 안바뀌는 경향이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사진=삼성SDI 제공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의 경우는 이미 본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보니 배터리 분야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SDI도 헝가리 법인 건설 등 규모의 경제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후발업체와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중국에의 재진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공격적 투자로 치킨게임이 되는 듯 싶던 배터리 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기술력과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는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공급은 한정적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만 봐도 배터리 업체들에겐 유리한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은 핵심소재의 가치는 주가도 보여준다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고객사인 패널업체보다 돈을 많이 벌었던 머크와 UDC처럼 양극재나 음극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사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슈퍼 '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에 타격... 완성차 회사들의 내재화도 '리스크'


핑크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2017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자동차는 대부분 할부나 리스 형태로 산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이자율이 올라가면 보통은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에 계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전기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경기침체로 같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냉각되다보니 일단 기존 완성차 업체가 살아야 전기차 회사도 살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산다. 결국 각국 정부가 유예책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지난 3월31일 미국 정부는 2026년까지 기업평균연비를 대폭 깎아줬다. 전기차 성장을 주도하던 중국이나 유럽도 환경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의 '구조적 뒷받침'으로 성장한 전기차 시장이다보니 정부가 돌아선다면 시장도 더디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앞서 중국에서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한차례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적이 있던 사례를 생각하면 마냥 사정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중국이나 유럽 이후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됐던 넥스트 차이나, 인도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같은 원자재 경기의존도가 높은 나라들도 유가 하락에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사례를 봤을 때 중국이나 유럽에서 안팔리는 전기차를 받아줄만한 나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차전지 다양한 밸류체인의 핵심은 결국 '원자재'다. 가격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2015년 이후 3년간 3~3.5배 가까이 폭등했다. 최근에야 코로나에 신규 생산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안정됐다지만 수요가 늘어도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하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도 문제다. 테슬라도 독일과 텍사스 공장 건설을 공식화 한 상황이다. 물론 테슬라가 쓰는 원통형 배터리는 전세계에서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만 생산하다보니 당장은 테슬라향 원통형 배터리 수주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GM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완성차 업체에만 의존한 배터리 공급자로 가다가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자동차 분야의 기술변화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수직계열화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략적 협업이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2차 전지 시장의 핵심은 투자를 통해 더욱 진보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 기술력을 가진 IT기업이 유통과 물류에 진출하고,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듯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언젠가 2차전지 업체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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