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러다임 변화 속 고전하는 전통 완성차 회사들
#현대차의 시대는 진짜 끝났나
#자율주행, 친환경에 과감한 투자... 위기 극복 묘안될까
현대차는 믿고 살 수 있는 국민 자동차 회사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68년 첫차 '코티나', 1976년 최초의 한국형 승용차 '포니'를 시작으로 아반떼, 그랜져, 소나타 등 국민차 패밀리들을 내놨다. 1976년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기준 104만대 넘는 차를 세계에 수출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6위 자동차 회사다.
문제는 자동차 시장이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미래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도 예외일 수 없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함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가 이를 잘 드러낸다. 2012년 27만원을 넘겼던 현대차의 주가는 반 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친환경, 자율주행 붐... 글로벌 시가총액 1위는 '테슬라'
지난 2016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2015년 대비 18.3%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조원 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유는 자동차 생산량 급감이었다. 2015년 이래로 생산량과 판매, 수출은 모두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GM 주가 역시 10년 전 주가보다 낮다. 도요타 주가도 201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수요 급감에 비상이 걸렸다. 무디스는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급감할 거라는 예측을 내놨다.
자동차 판매량이 정체를 보이는 이유는 저성장에 자동차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타이탄처럼 IT기업들이 자율주행에 뛰어들고 있다. 굳이 내 차가 없어도 도시 속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차 회사가 생겨나기도 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이미 미국의 공유차 회사 우버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공유차 회사 디디추싱도 비슷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도시화의 영향으로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저렴한 로봇 택시 시대를 열어줄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는 등 자동차 소유의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각국의 친환경 정책이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수요를 부르는 것도 요인이다. 일찌감치 전기차에만 올인한 테슬라는 2019년에만 30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여전히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생산량이 떨어지지만,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은 29%다. 전기차 3대 중 1대가 테슬라 차라는 얘기다. 지난해 매출은 30조원 수준이었다. '저세상 주식'이라 불리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335조4358억원 까지 치솟았다. 326조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212조 수준의 시가총액을 보이는 도요타, 105조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시가총액이 26조원인 현대차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 생산량과 매출이 줄어든데다 테슬라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전기차로의 매출 전이가 쉽지 않은 완성차 회사들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주가에 반영됐다. 그래서 현대차도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전기차 점유율 세계 4위, 수소차는 '세계 최초'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글로벌 시장에서 생각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이미 30여년 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를 연구하기 시작한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2016년만 해도 2%에 그쳤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9.9%로 내연기관 점유율인 8.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4위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2위다. 유럽에서의 전기차 점유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내년엔 제네시스 전기차, 컨셉트카45 등이 출시된다.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4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수소차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달고 있다. 2013년 세계 첫 수소차 투산IX 이후 2018년 넥쏘도 출시했다. 스위스에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수출하기도 했다. 수소차 프로토타입만 갖고 나스닥에 상장해서 화제가 됐던 니콜라보다도 앞서 나간 셈이다.
2025년까지 61조원을 투입해 배터리 전기차 56만대, 수소차 11만대를 만든다고 선언한 만큼 앞으로도 기대할 만 하다. 정부가 '그린뉴딜'로 수소차 인프라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 자율주행, 빅데이터 투자에 '7157억' 쏟아부었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친환경,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7157억이다. 2위인 네이버보다 4000억원을 더 썼다. 이미 '동남아판 우버'로 유명한 공유차 회사 그랩, 인도 차량호출서비스 올라에 큰 투자를 했다. 국내에선 송창현 전 네이버랩스CEO를 필두로한 코드42에도 투자를 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회사 솔리드 파워에 이어 고성능 전기차 회사 크로아티아의 리막에는 1000억을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4조8000억 원 규모 자율주행 조인트 벤처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테슬라가 이미 50억 킬로미터의 빅데이터를 축적한 상황에서 대기업 다운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미래 기술을 선점하려는 의지다.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에 칩을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와는 전기차,자율주행 협업을 선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율주행, 수소트럭, 커넥티트카 등 미래차 전반에 대한 경쟁력 속에 현대차의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될 시기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여전히 인기가 건재한 국민차 브랜드들과 고급차인 '제네시스'와 'SUV' 인기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에 출시한 GV 70, 투싼 같은 SUV 차량은 미국에서 선방중이다.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SUV 판매 비중이 70%에 달한다. 2020년 1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7.2%에서 7.8%로 늘어난 것도 SUV 판매 증가 덕분이다. 신모델인 GV80이 하반기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에서는 도요타를 제치고 처음으로 점유율 20%를 넘겼다.
제조에서 서비스로... 패러다임 전환
현대차는 1998년 금융위기 때 법정 관리에 들어간 기아차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부실 위험을 떠안고 내린 그 결정은 결국 10년 뒤 순이익 10배 성장이라는 국내 최고의 M&A로 탈바꿈했다. 2009년 금융 위기 때도 글로벌 투자는 지속했다. 체코 공장 준공, 에쿠스 베트남 출시에 친환경차까지 내놨다. 현대차의 역사에는 늘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먹거리를 염두에 둔 뚝심 있는 투자가 있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비지니스가 제조에서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등 대기업 총수와의 잦은 회동이 눈에 띈다. 격변의 시기에 글로벌 시장을 협업으로 헤쳐 나가려는 묘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연료 전지, 충전소, 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의 자동차 밸류체인들을 확대해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싸이클이 긴 산업이다. 부분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 큰 그림에서의 안목이 중요하다. 단순히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를 꿈꾸는 현대차는 위기 속에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부침 속에 현대차가 같이 흔들릴 것인지, 아니면 재빨리 안개 속에서 빠져나올 지 궁금해진다.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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