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중고거래 '춘추전국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들과 중고거래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고나라 거래액은 약 3조5000억원, 번개장터 거래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 시장 규모를 약 20조원 규모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최근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중고거래를 넘어 각각의 특색을 살린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커머스와 동네기반 커뮤니티, 밀레니얼+Z세대(MZ세대) 취향 기반 커뮤니티로의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고 가격 투명화에 나선 중고나라 '이커머스'까지 넘볼까


중고나라 모바일 /사진=중고나라 제공
중고나라 모바일 /사진=중고나라 제공

중고나라는 지난 2003년 카페 설립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중고 거래 시장을 시장을 이끌어온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며 주춤하고 있다.

이에 중고나라는 앞서가는 다른 중고 플랫폼들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하다. 중고거래를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까지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파트너센터'다. 파트너센터에는 중고나라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와 중고나라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있다. 중고나라는 이 둘을 연결해주고, 판매수익의 일정 금액을 받는다.  

이와 함께 온라인 중고거래를 넘어 오프라인 중고폰 거래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한다. 중고나라는 전국 약 60개 오프라인 휴대폰 가맹점을 확보, 오프라인 중고폰 거래 서비스 '중고나라 모바일'을 내놨다. 중고나라 모바일은 중고나라에 등록되는 약 7만여건의 중고폰 상품 시세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중고폰 판매점이다.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가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거래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전국 휴대폰 가맹점에서 중고폰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확장하고, 이를 오프라인 중고거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에서 중고폰은 현재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가장 많은 데이터가 있는 분야"라며 "기존 모바일 중고폰 시장은 가격이 투명하지 않았지만 중고나라는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투명한 시장 구축을 목표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중고거래에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사진=당근마켓 제공
/사진=당근마켓 제공

중고나라를 제치고 국내 1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당근마켓은 지난 8월에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경쟁사인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를 따돌리고 압도적인 선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년전 월 이용자 수가 240만명이었던 당근마켓의 월 이용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720만명 수준이다. 불과 1년만에 이용자가 3배나 폭증한 것.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당근마켓은 최근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생활정보를 담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기능을 더한 동네생활 탭을 시작해, 중고 거래 뿐만 아니라 동네 생활 속 꿀팁 등도 이용자끼리 공유한다. 동네와 관련된 질문을 자유롭게 이웃끼리 주고받고,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도 나누는 것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서비스를 넘어 지역 기반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편하게 가입하고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놀이터' 번개장터, '리셀 문화'로 커뮤니티 형성


/사진=번개장터 제공
/사진=번개장터 제공

번개장터는 지난 2011년 출시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인데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취향 기반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번개장터 가입자와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의 84%이상이 MZ세대로 나타났다. 거래건수와 거래액은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MZ세대 거래액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78%, 거래건수는 44% 늘어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MZ세대의 '리셀 문화'가 번개장터 활성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번개장터 내에서 아이돌 굿즈나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등 평소에 구하기 어렵거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고 팔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거나 색다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굿즈가 주목받고 있다"며 "번개장터에서도 브랜드에서 조기 완판된 굿즈를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며, 본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한정판 제품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번개장터를 놀이터처럼 활용하는 MZ세대는 직접 그린 '최애' 캐릭터의 초상화를 거래하기도 했다"며 "이외에도 Z세대형 레트로 Y2K 감성 물품들도 인기를 끌었는데, 90년대 생의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줄 마이멜로디, 유희왕 등이 거래됐다"고 밝혔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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