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발표회 열고 '아이폰12' 시리즈 공개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경쟁사보다 한 발 늦은 5G 행보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자사 제품이 가장 빠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애플은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2 미니 ▲아이폰12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 맥스 등 4종의 스마트폰 신제품 라인업을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아이폰 신제품의 5G 성능과 강력한 새 칩셋, 달라진 디자인, 향상된 카메라 성능 등을 강조했다.

한국에선 오는 23일부터 아이폰12 모델의 사전예약을 시작해 같은달 3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은 그동안 2.5차 출시국으로 분류돼 1차 출시국보다 한달 이상 늦게 제품이 출시됐지만, 이번엔 1.5차 출시국에 포함돼 일주일 뒤에 아이폰12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가장 빠른 '진짜 5G' 지원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 대부분이 이미 작년부터 5G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한 발 늦게 발을 들인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가 '최고의 5G 경험'을 제공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애플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운영체제인 'iOS'와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까지 5G에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가 그동안 출시된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은 5G 대역을 지원하며, 특히 5G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고주파수 대역인 '밀리미터파'를 지원해 다운로드 최대 4.0Gbps, 업로드 최대 4.0Gbps의 속도를 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지역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애플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해 밀리미터파 서비스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미국 60개 도시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밀리미터파 대역 네트워크를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한정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5G 계획이 가닥을 잡고 있어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아이폰12 시리즈는 LTE와 5G를 오가며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스마트 데이터 모드'도 지원한다. 이 기능은 대용량 다운로드 등 5G가 필요한 상황과 그 외 LTE로 충분한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데이터 사용, 속도 및 전원을 조절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려준다.


최강의 두뇌 'A14 바이오닉'


아이폰12 시리즈의 핵심은 5G와 함께 고성능 칩셋 'A14 바이오닉'이 꼽힌다. 애플이 설계한 이 칩셋은 최초로 5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애플은 A14 바이오닉이 경쟁사 제품 대비 CPU와 GPU 성능이 최대 50% 빠르며, 특히 머신러닝(ML) 성능을 극대화한 16코어 '뉴럴엔진'을 탑재해 1초에 11조회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콘솔급의 게임 성능과 강력한 이미지 보정 능력 등 아이폰12의 핵심 기능들을 구현한다.

특히 이날 애플은 라이엇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와일드리프트' 플레이 화면을 공개하며 게임 성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자석으로 붙이는 '맥세이프' 충전 눈길


아이폰12 시리즈는 외부에도 몇가지 변화를 줬다. 이번 신제품에는 OLED 수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으며, 베젤은 미세하게 줄었으나 노치는 여전하다.

이번 디스플레이는 200만대 1 명암비와 아이폰11의 2배에 달하는 최고 밝기 1200니트를 구현했고, 고화질 동영상을 위한 HDR 포맷도 지원한다. 특히 애플은 '세라믹 실드'라는 신기술로 디스플레이를 감싸 낙하 테스트에서 4배 이상 높은 내구성을 확보했다며 '역사상 가장 튼튼한 아이폰'이라고 자랑했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무선 충전 방식도 무선 충전 코일 주변에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자석을 배치한 '맥세이프(MacSafe)' 방식을 도입해 새롭게 구성됐다. 최대 15W의 전력을 제공하는 맥세이프 충전기는 단일 제품과 애플워치와 함께 충전할 수 있는 '맥세이프 듀얼 차저'가 지원되며, 아이폰 뒷면에 쉽게 부착되는 새로운 실리콘, 가죽 및 클리어 케이스와 가죽 지갑이 악세서리로 함께 출시된다.

예상했던대로 제품 패키지에는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이 동봉되지 않는다. 애플은 패키지를 간소화한 이유로 2030년까지 '탄소 제로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5G 도입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 장착한 아이폰12와 '미니'


아이폰12 /사진 = 애플 제공

아이폰12 시리즈는 5.4형 '아이폰12 미니'를 추가하며 제품군을 4종으로 늘렸다. 아이폰12 미니는 지금까지 출시된 5G 스마트폰 중 가장 작고 얇은 크기를 지녔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을 요구하는 소비층도 존재하지만, 가장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건 일반형인 '아이폰12'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아이폰12 미니와 아이폰12는 플래그십 제품군에서도 좀 더 대중성을 높인 '준플래그십'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은 광각과 초광각으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다.

그동안 나온 아이폰 중 가장 빠른 F1.6 조리개를 적용해 27% 개선된 저조도 성능을 구현했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또 전작에서 선보인 '딥퓨전'과 야간 모드 등의 기능도 이어 받았다. 이와 함께 아이폰12는 최초로 '돌비 비전' 방식의 HDR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췄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아이폰12와 아이폰12 미니의 저장용량은 64GB, 128GB, 256GB로 구성됐으며, 색상은 블루, 그린, 블랙, 화이트, 레드 등 5종류다. 아이폰12는 호주, 중국,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및 30개 이상 국가에서 오는 16일부터 사전 주문에 들어가며, 매장 판매는 오는 23일부터 시작된다. 아이폰 미니의 사전 주문은 11월6일, 매장 판매는 11월13일부터 시작된다.

아이폰12는 한국, 인도 등 10여개 국가에서 오는 3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12 미니의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이폰12가 109만원, 아이폰12 미니가 95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로'와 '프로 맥스'는 프로급 카메라 성능


애플의 진정한 플래그십 라인업인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각각 6.1형, 6.7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외관상으론 고강도 스테인레스 스틸 밴드에 정밀 가공된 무광 글래스로 꾸민 새로운 디자인이 눈에 띈다.

아이폰12 프로 /사진 = 애플 제공
아이폰12 프로 /사진 = 애플 제공

'프로' 라인업이 일반 모델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카메라다.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광각, 초광각, 망원 렌즈 등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고, 빛이 이동한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센서가 장착됐다. 특히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47% 더 큰 센서를 장착해 저조도 상황에 87% 개선된 성능을 제공하며, 최대 5배의 광학 줌을 지원한다.

동영상에서도 프로 모델들은 최대 60fps(초당프레임수)로 4K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특히 HDR 동영상을 돌비 비전 방식으로 촬영하고 편집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각 렌즈에 적용된 흔들림 보정 기능을 더해 영화 촬영급의 성능을 지원한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아이폰12 프로 모델로 촬영한 사진 / 사진 = 애플 제공
아이폰12 프로 모델로 촬영한 사진 / 사진 = 애플 제공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그래파이트, 실버, 골드, 퍼시픽 블루 등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아이폰12 프로는 1차 출시국에서 오는 10월16일부터 사전 주문을 시작해 같은달 23일부터 매장에서 판매된다. 아이폰 프로 맥스는 11월6일 사전 주문을, 11월13일 매장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12 프로는 한국과 인도 등 10여개 국가에서 오는 30일부터 구입할 수 있다. 아이폰12 프로 맥스의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이폰12 프로가 135만원부터, 아이폰12 프로 맥스가 149만원부터 시작된다.


아이폰12, 얼마나 팔릴까


증권가에선 아이폰12가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의 대규모 교체 수요를 불러오는 '슈퍼사이클'을 촉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까지 쌓인 교체 수요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억눌렸던 '펜트업' 수요까지 겹쳐 역대급 흥행을 전망하고 있는 것.

앞서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애플에는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12~18개월 내에 아이폰12로 교체할 잠재수요가 3억50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9억5000만대의 아이폰 중 약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모건스탠리 역시 이날 아이폰 신제품 공개를 "최근 몇 년 새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내년 회계연도에 애플이 아이폰 2억20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사진 = 애플 신제품 발표행사 캡쳐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최소 7500만대 규모의 아이폰12 생산을 협력사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량 자체는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이폰12가 코로나19 여파로 출시가 한 달 가량 늦어진 점을 감안하면 예년 이상의 판매고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올해 아이폰12의 누계 판매량이 지난해 9~12월 간 아이폰11 판매량보다 약 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지난해 아이폰11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2% 많이 팔린 수치여서 아이폰12의 초반 흥행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시리즈별 출시 이후 초기 판매량 비교 (과거 9~12월 간, 올해 10~12월 간) / 자료 = 카운터포인트
아이폰 시리즈별 출시 이후 초기 판매량 비교 (과거 9~12월 간, 올해 10~12월 간) / 자료 = 카운터포인트

국내 시장에서도 아이폰12는 그간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갤럭시 노트20' '갤럭시Z 폴드2' '갤럭시 S20 FE' 등 전략 신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 수성에 나선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주목된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2 출시는 내년까지 이어질 탄력적인 회복세에 보다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통상 애플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지는 4분기지만 올해는 특히 더욱 기대가 되는 상황으로  삼성의 갤럭시 S20 FE와의 경합 또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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