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해시드-해치랩스 'KODA'

#내달부터 법인대상 수탁 '베타' 시작

#그 다음은 가상자산 금융상품 중개


KB국민은행이 내달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한 수탁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시작한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공동으로 설립한 디지털자산 종합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통해서다. 이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금융 상품 중개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 센터장 / 사진=더컨퍼런스 2020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 센터장 / 사진=더컨퍼런스 2020

27일 디스트리트와 블록크래프터스가 공동주최한 '더컨퍼런스 2020'에서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 센터장은 "통신사가 30원, 50원을 받으며 제공했던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인터넷이 등장하고 카카오로 뺏겼다"며 "(금융 시장이) 큰 변곡점에 와 있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이 이를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 다 빼앗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 시장은 국경이 없기에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게 다 뺏길 수 있다"며 이번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내달부터 법인 대상 '수탁' 서비스 베타로 연다


시작은 법인 대상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다. KODA는 내달 이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우선 운영하고, 내년 초부터는 수탁 서비스 신청부터 결제 등까지 온라인으로 자동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참여자들은 개인들이다. 거래소에서 법인 계정을 통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KODA는 장외거래(OTC)를 활용해 법인의 가상자산 구매부터 수탁까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정부 은행 감독기관인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골드만삭스 등 연방은행과 연방저축협회가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IT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기관들의 비트코인 매입 소식도 잇달아 전해졌다. 이에 국내 거래소뿐만 아니라 법인들도 KODA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금융 상품도 중개한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금융기관의 대출 등 금융 상품을 중개해듯이, KODA 또한 다양한 가상자산 금융 상품들을 연계할 예정이다.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 센터장은 "디지털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 시장이 있는데, KODA는 이를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사진=해시드 
/ 사진=해시드 

현재 중앙 기관이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아 운용해 수익을 내는 '씨파이'가 있는 반면, 올해는 특히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이라 불리는 '디파이'가 크게 흥행하고 있다. 기존 은행 예금상품과 닮은 가상자산 스테이킹은 보통 이자가 5~6%를 보이고 있어, 저금리 시대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진석 센터장은 "다양한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법인들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가 안전한지, 어떤 회사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관련 시장을 조사하고 상품을 분석해 가상자산 금융 상품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은행도 가상자산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연계된 금융 상품도 내놓을 것으로 조 센터장은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그는 KODA와 은행을 연계해, KODA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원화 대출을 하는 방식을 들었다. 

다만 이 같은 사업 확장은 은행이 가상자산을 다룰 수 있다는 당국 허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상자산도 건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면 이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CBDC 세밀하게 대응 준비할 것 


이날 조 센터장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상 실명계정 입출금 계정(실명계정) 발급 내용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관련 내용도 공유했다. 

실명계정 발급 관련 그는 KODA가 제 3의 기관이 돼 자금세탁방지(AML)를 검증하고 트래블룰(여행규칙)을 돕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추가 실명계정을 발급하는 것이 부담인 이유 중 하나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접속되는 외부 거래 지갑이 불투명이다. 거래소에 유입되는 외부 지갑 주인이 투명하다는 것을 누군가 보증해 줘야 하는데, 이 기능을 하기 위해 KODA가 국내 거래소 협조를 구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실명계정 추가 발급도 가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한편 KB국민은행은 CBDC 대응 팀도 꾸렸다. 조 센터장은 "한국은행은 내년 CBDC 관련 파일럿을 진행하는데 이때 은행권이 노드(네트워크 운영사)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대비해 어떤 방식으로 CBDC를 배포할지, 중국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등 정보를 취합하는 등 대응을 섬세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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