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캐리커쳐 = 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캐리커쳐 = 디미닛

 

카카오가 새해부터 'ESG 행보'에 팔을 걷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지난 2006년 유엔(UN)의 책임투자원칙기구(PRI)를 통해 공론화된 개념으로,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비재무적 요소를 비롯한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시장 독점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톡으로 국민메신저 자리를 꿰찬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붕괴와 일자리 감소가 뒷따랐다. 조단위 거부가 된 창업주를 향한 불편한 시선과 더불어 정치사회적인 견제도 누적돼왔다. 이에 카카오의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자녀 경영권 승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을 십분 활용, 카카오의 공익 플랫폼화에 팔을 걷고 나선 모습이다. 쉽게 말해 돈을 버는 것 만큼 '착한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플랫폼의 힘, 공공으로!" 사회혁신가에 뭉칫돈 꺼낸 카카오

카카오의 기업 재단 카카오임팩트는 올해 첫 프로젝트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시즌1을 16일 시작했다.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소셜벤처, 미디어, 비영리단체, 활동가, 연구자 등 다양한 사회혁신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펠로우십은 지난 2019년 11월 카카오임팩트 이사회의 발의로 시작돼 2020년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하고 선정 절차를 밟았다. 펠로우 선정 과정에는 추천부터 최종 선정까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객관성과 다양성을 갖췄다.

카카오임팩트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시즌1 펠로우로 선정된 11명의 사회혁신가를 공개했다. 11명의 펠로우는 ▲환경(고금숙 환경운동가,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장애(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변재원 소수자정책연구자,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기술(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 ▲교육(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미디어(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디지털 성폭력(최서희 리셋 대표) ▲로컬(유명상 협동조합 청풍 대표)로 구성됐다.

카카오임팩트는 펠로우가 본인들이 추진하는 활동에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2년간 매달 2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또한 가치 있는 일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카카오 내외부의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양한 전문가들 및 혁신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형성도 지원한다.

펠로우는 추천 네트워크를 통한 추천제를 기반으로 선발된다. 카카오임팩트 이사회 및 각계 리더 3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추천 네트워크를 통해 1차 후보를 추천 받으며, 이후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선발한다. 추천 위원이 아니더라도 카카오임팩트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추천할 수 있으며, 본인 추천도 가능하다. 펠로우십은 시즌제로 진행되며, 카카오임팩트의 핵심사업으로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시즌2는 올해 하반기 중 선정 예정으로 연간 최대 30명의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캐리커쳐 = 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캐리커쳐 = 디미닛

 


'5조' 사회 환원 밝힌 김범수...ESG 위원회 띄웠다 

지분가치만 무려 5조원, 재산 절반에 달하는 거액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달 말 임직원(크루) 간담회를 열고 기부와 관련한 임직원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임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간담회는 오랜 시간 카카오에서 이어져온 문화다. 김 의장은 신입사원 간담회 등을 통해 종종 모습을 보여온 바 있다. 김 의장은 이달 말 열릴 간담회에서 카카오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김 의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보유 중인 회사 지분을 줄이고 개별 재단(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운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표했다. 지난 4일에는 구성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및 이용자의 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지향 원칙을 담은 '인권경영선언문'을 대외에 공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일상의 모습을 파악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카카오 코로나 백서'를 10편에 걸쳐 연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아동 청소년 문제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아동 청소년 성보호와 관련된 금지 행위 조항을 운영정책에 추가했다. 이밖에도 2018년 1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및 윤리에 관한 규범을 담은 '카카오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으며,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두차례 투명성 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카오는 ▲일상의 작은 성취를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 변화 플랫폼 '카카오프로젝트 100' ▲누구나 모금을 직접 제안하고 진행, 참여까지 할 수 있는 자발적 모금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 등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며, ESG 경영 현황과 성과는 향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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