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재산 절반 기부 선언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어 사회 환원
'플랫폼 독점' 견제 시선 정면 돌파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 창업자들 '기부 릴레이' /그래픽=디미닛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 창업자들 '기부 릴레이' /그래픽=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이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특히 이들은 '흙수저' 출신으로 국내 대표 IT 기업을 창업해 수조원의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봉진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

18일 김봉진 의장은 '더 기빙 플레지'를 통해 자신의 재산 절반을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빙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기빙플레지 회원 219명 중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이 기부 선언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인은 김 의장이 처음이다.

 18일(한국시간)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된 김봉진, 설보미 부부 / 사진 = 우아한형제들
 18일(한국시간)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된 김봉진, 설보미 부부 / 사진 = 우아한형제들

김 의장은 수도전기공고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디자인그룹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에 다니다가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이후 '배달의민족을' 국내 독보적인 1위 배달앱으로 키워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기부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5000억 재산 교육·문화 및 자선단체 지원

김 의장의 재산은 배달의민족을 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1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 선언이 지켜지면 이중 절반인 50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앞서 김 의장은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실천에 옮긴 바 있다.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재단·협회를 비롯해 월드투게더, 밥퍼나눔운동본부, 서울예술대학 같은 NGO, 학교 등에 총 100억3100만원을 기부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그는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며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밝혔다.


'5조' 재산 환원 밝힌 카카오 김범수

김봉진 의장의 기부는 지난 9일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발표 후 10일 만에 나왔다.

당시 김 의장은 카카오 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 = 카카오나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 = 카카오나우

김 의장은 이달 말 임직원(크루) 간담회를 열고 기부와 관련한 임직원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임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간담회는 오랜 시간 카카오에서 이어져온 문화로,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의장의 재산은 주식 평가액만 10조원을 넘어 총 기부액은 5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김 의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보유 중인 회사 지분을 줄이고 개별 재단(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운영할 가능성 등을 점치고 있다.


창업주 앞장서 ESG 경영 드라이브

김범수 의장의 재산 환원 발표 이후 카카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표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구성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및 이용자의 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지향 원칙을 담은 '인권경영선언문'을 대외에 공개하며 IT 업계의 ESG 실천을 선도하고 있다.

카카오 '같이가치' / 사진 = 카카오
카카오 '같이가치' / 사진 = 카카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일상의 작은 성취를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 변화 플랫폼 '카카오프로젝트 100' ▲누구나 모금을 직접 제안하고 진행, 참여까지 할 수 있는 자발적 모금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 등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며, ESG 경영 현황과 성과는 향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천문학적 기부 왜?

IT 창업주들의 연이은 기부 선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사회 환원을 통해 희석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는 태생적으로 시장 독점을 목표로 한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모일수록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지면서 4000만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나 국내 배달앱 시장의 8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배달의민족은 늘 이런 독과점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등을 통해 인터넷 기업의 독과점을 억제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 그래픽 = 디미닛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 그래픽 = 디미닛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며 창업주들도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성공한 기업가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지난 십년 새 조단위 거부가 된 창업주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과 견제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상 논란을 겪으며 김봉진 의장이 도마에 오른 바 있고, 최근 김범수 의장 역시 재벌식 2세 승계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에 창업주들은 막대한 사회 환원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발 빠른 사회 환원 선언과 ESG 경영 행보로 기존 재벌 기업들과는 선을 그으려는 모습도 비쳐진다.

이들은 인터넷 플랫폼의 강점을 살린 공익 사업을 강화하고, 신생 기업 다운 창의적인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을 통해 독과점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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