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가상자산 관련 상품과 서비스
한국은 다른 세상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미국과 유럽연합
"업권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분위기다.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물론이고, 기존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출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 소식이나 서비스 출시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법안이 없거나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제라도 '업권법'을 마련해 기업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상자산 관련 상품과 서비스 쏟아진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배경으로 해외에서 쏟아지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이 지목되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는 비트코인에 이어 지난 8일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 멜론 은행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가상자산을 취급하기로 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는 비트코인에 이어 올해 2월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사진=시카고선물거래소
시카고선물거래소는 비트코인에 이어 올해 2월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사진=시카고선물거래소

캐나다 금융당국은 북미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뉴욕 디지털 인베스트먼트 그룹(NYDIG)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신청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 출시도 뜨겁다. 페이팔은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 마스터카드, 비자 등도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확대한다고 전했다. 기업의 여유자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 다른 세상 이야기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상과 관련한 첫 법안인 개정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내달 25일 시행되지만 이를 통해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 특금법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단순 규제법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법안은 존재하지만, 관련 업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업권법이란 특정 업종의 근거가 되는 법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P2P법처럼 가상자산 시장만을 규정하는 업권법을 제정하거나, 결제 등 기존 유사한 기능을 지닌 관련 금융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권법이 없으니 기업들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 지닉스(Zenix)가 가상자산 펀드를 내놨다가 관련 법제도의 부재와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폐업했다. 이런 상황인 탓에 관련업계는 가상자산 서비스를 활발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지닉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업권법'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거래 양성화를 위한 제도도 동시에 마련해왔다. 미국은 지난 2013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으로 라이선스를 발행하고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또한 2019년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EU도 지난해 EU 권역 내 가상자산 규제 표준화를 위해 가상 자산 규제 방안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EU는 오는 2024년까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 제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업권법이 제정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미국 가상자산 제도와 금융기관 동향' 세미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금법 시행령이 가상자산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가상자산을 독립적으로 진흥하고, 산업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모자라다"고 말했다.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도 "세계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이 우리나라에서도 건전하게 발전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디지털에셋 시장에서 리딩 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업권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업권법 제정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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