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사업자 규제...달라진 것 없다
美 불확실성 해소에 집중...거래소 상장도
"가상자산을 보는 새로운 시각 필요해"

그래픽 = 디미닛
그래픽 = 디미닛

여당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내놨지만 주요 내용이 투자자 보호에 집중돼 있어 지난 4년간 발의된 가상자산 법안과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오히려 과거 발의된 법안보다 후퇴한 모습이다. 가상자산은 위험한 것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가상자산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규정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했으며 무인가 영업을 금지하고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가상자산업을 영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가상자산 방분판매·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금지 ▲가상자산 거래소 손해배상책임 부여 등도 담겼다.

거래소 규제와 투자자 보호가 법안의 주된 내용인 셈이다.


2021년 법안, 4년전과 다를 게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내용이 지난 4년간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법안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고 분석한다. 법제처가 발행한 '가상화폐(암호통화) 관련 의원 발의 법안'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10개의 법안부터 최근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까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 주요 내용 / 사진=국민참여 입법센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 주요 내용 / 사진=국민참여 입법센터

지난 2017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번에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가 주요 내용이다. 이듬해 정태옥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발의한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 또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의무 부여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다만 김선동·이언주 자유한국당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발의한 법안에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함께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이외의 법안들은 가상자산사업자의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의무가 법안의 주된 내용이다. 이중 통과된 법안은 단 한개도 없다.


미국 규제 불확실성 해소에 초점, 일본 2016년부터 제도화

4년째 지지부진한 한국의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와 달리 미국은 지난 2014년부터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개정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와 투자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에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 기업가치 100조원을 인정 받았다.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뉴욕 광고 / 사진=나스닥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뉴욕 광고 / 사진=나스닥

또 지난달 미국 하원은 '혁신 장벽 제거법'을 가결하며 암호화폐 규제 불명확성 해소에 나섰다.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명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맥헨리는 "이 법은 중권거래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디지털 자산에 초점을 맞춘 실무그룹을 설립하게 한다"며 "이는 규제 기관과 시장 참여자 간의 대화의 장을 열고 가상자산 규제 명확히 하는 첫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일본은 지난 2017년부터 가상자산 법제도를 마련, 가상자산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법제도를 보완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켰다.


"가상자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

블록체인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미국처럼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전제 자체가 가상자산은 위험한 것, 하면 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과열현상을 잘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상자산 사업을 어떻게 미래 산업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가상자산 산업 진흥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 정부는 도박 사업을 양성화하고 제도를 보완해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들었다"며 "정부가 새로운 시각으로 키울 건 키우고, 지양할 건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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