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도영 기자 hyun@techm.kr

"유야호!"

스포티파이에서 애플워치에 음원을 내려받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환호를 질렀다. 이제 운동하러 갈 때 스마트폰을 두고 가도,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도 애플워치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광고 카피처럼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스포티파이는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찻잔을 벗어나고 있는 태풍?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상륙한지 5개월이 지났다. 출시 당시 일단 3개월 무료체험만 써보자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탈퇴를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던진 그물에 확실히 걸려든 느낌이다.

스포티파이 출시 초기 음원 부족과 무료 서비스, 이용료 할인이 없는 '3무(無) 약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우려되던 음원 부족 문제는 국내 음원유통사들과 연이어 계약을 체결하며 생각보다 금방 해결됐다. 마지막 열쇠는 아직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인데, 요금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걸로 봐서 이용료 인하나 제휴 할인 등을 기대해 봄직하다.

/사진=스포티파이

아직은 스포티파이에 '찻잔 속의 태풍'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국내 인터넷 동영상(OTT) 서비스 시장을 석권한 넷플릭스도 출시 초기엔 마찬가지 평가를 받았단 걸 생각하면 아직 잠재력을 평가하긴 이르다. 쓰면 쓸수록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출시 초 3개월이 지나 무료 프로모션이 끝나는 5월을 기점으로 오히려 이용자와 사용시간이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직 점유율 자체는 1%대로 미약하지만, 다른 음원 서비스에 비해 20~30대 MZ세대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두 달 동안 월 1만900원을 내면서도 아깝지 않았던 건 역시 '명불허전' 큐레이션 기능 때문이다. '데일리 믹스'와 '새 위클리 추천곡'만 있으면 듣고 싶은 음악을 찰떡 같이 들을 수 있다. 출근길엔 시티팝, 일할 땐 팝송, 퇴근길엔 발라드로 마무리.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이 패턴대로 데일리 믹스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몇 주 정도 들으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생성된다. 이용자가 좋아요를 표시하고, 공유하고, 저장한 내역은 물론, 심지어 건너뛴 음악까지 참고해 청취 습관과 취향을 파악한다. 6개의 데일리 믹스와 새 위클리 추천곡 외에도 신곡 레이더, 타임캡슐, 나의 장르별 믹스, 나의 아티스트별 믹스, 나의 시대별 믹스 등 다양한 알고리즘형 플레이리스트를 즐길 수 있다.

/사진=스포티파이

직접 곡을 선택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한 '즐겨찾기'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제목과 저장한 트랙 목록을 기반으로 곡을 추천해주고, 추가된 곡이 더 많아질수록 더 알맞은 추천곡을 찾아준다.

스포티파이는 검색 기능도 매우 세분화돼있다. 검색하기에 곡, 앨범, 아티스트, 플레이리스트를 입력해 찾아볼 수 있고, 스포티파이 친구, 무드, 장르, 시간대, 활동 등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 음악을 자주 듣는 드라이빙, 집에서, 파티, 집중, 수면, 요리 및 식사, 여행 등의 활동은 아예 별도 허브를 마련해놨다.

/사진=스포티파이

또 특정 연도나 장르, 레이블 등의 검색 태그나 가사로도 곡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bts year:2017-2018'로 검색하면 2017~2018년에 발표된 방탄소년단(BTS) 앨범 및 곡을 비롯해 멤버가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 앨범 수록곡까지 다 찾아볼 수 있다.

스포티파이를 쓰면서 절대적인 음원 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씨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탑100 귀'의 시대는 갔다. 오직 '내 귀'가 듣고 싶은 음악만 들려주는 게 훨씬 더 좋다.


오늘도 진화 중

스포티파이에 더 기대되는 점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단 5개월 동안 데스크톱 앱과 페이스북 미니플레이어 출시, 새로워진 '내 라이브러리', 개인화 경험 강화를 위한 '온리유(Only you)'와 두 명의 취향을 햡쳐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블렌드(Blend)' 기능 추가 등이 줄줄이 이뤄졌다. 이번 애플워치 지원도 정말 바라고 바라던 기능이었다.

/사진=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엔 알게 모르게 편리한 기능이 많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 커넥트' 기능을 사용하면 스포티파이 앱을 리모컨으로 사용해 동일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있는 스피커, TV,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소셜 리스닝' 기능으로 공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거나, 최대 5명까지 친구를 초대해 실시간으로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오디오 시장에서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는 '라디오' 기능도 있다. 스포티파이 라디오에선 아티스타와 앨범, 곡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곡을 추천해서 들려준다. 무엇을 들을지 고민되거나 지금 듣는 곡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다. 실제 라디오와 다른 점은 다음 곡으로 건너뛸 수 있다는 점. 또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라디오 기능을 쓸 수 있다.

/사진=스포티파이

손대지 않아도 듣고 싶은 음악을 끊김없이 들을 수 있는 기능들도 있다. '트랙 크로스페이드' 기능을 쓰면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노래 사이의 무음 구간을 없애 부드럽게 전환된다. 또 '오토플레이' 기능은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 마지막 곡에 도달해도 음악이 멈추지 않도록 자동으로 비슷한 곡을 재생한다.


한국 시장에 진심인 편

한국 진출 이후 스포티파이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물론 국내 인디 아티스트 발굴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황금시간대 TV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스포티파이가 한국시장에 단단히 맘을 먹고 들어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최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큐레이션을 강조하며 결국 스포티파이와 비슷한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원조'냐 '토종'이냐 싸움인데, 이용자 입장에선 함께 경쟁하며 진화하는 동안 서비스 질이 좋아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니 좋은 일이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으며 시장 파이를 키우는 '메기'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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