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품질로 차별화 어려운 상황에서 콘텐츠로 해법 찾은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 모델이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알리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모델이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알리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최근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연이어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콘텐츠 가치사슬을 갖추고 있다. 오는 11월 중으로 한국에 진출할 디즈니의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도 LG유플러스와 제휴가 유력하다.

사실상 통신 품질 차이가 사라진 통신시장에서 3위 사업자로서 가입자 확대를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가 콘텐츠 제휴 요금제를 통해 '찐팬'을 확보해 고착화된 통신 시장에서 의미있는 반란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넷플릭스-유튜브-스포티파이, 다음은 디즈니?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세계 최대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손잡고 자사의 5세대(5G),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스포티파이 요금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다.

LG유플러스 5G·LTE 가입자는 요금제의 월정액이 8만5000원(부가세 포함) 이상이면 6개월간, 미만이면 3개월간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월 1만900원, 부가세 별도)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초 국내 상륙한 스포티파이는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향후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제휴 전략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를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IPTV에서 대형 화면으로 보고 싶어하는 수요를 끌어들이면서 IPTV 가입자를 확대했다. 기존에도 '미러링' 등으로 TV에서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었지만, 리모컨에서 바로 넷플릭스에 접속할 수 있는 간편함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콘텐츠 제휴로 쏠쏠한 재미를 본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이같은 전략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LG유플러스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5G·LTE 통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팩'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은 월 1만450원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이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국내에 상륙하는 월트디즈니사의 OTT '디즈니플러스(+)'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기 위해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KT도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요금제가 필요한 3위 사업자

이같은 LG유플러스의 콘텐츠 확보 전략은 콘텐츠와 요금제를 결합하는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G에서 LTE, 그리고 5G까지 통신 기술은 발전했지만, 통신3사의 요금제는 사실 큰 차이가 없었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통신사 별로 이름만 달랐다. 게다가 통신 품질 역시 사실상 3사가 차이가 없는 수준이 됐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지원금에 따라 통신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콘텐츠와 결합한 타사와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기 위해 제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타 통신사보다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 협력에 나서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눈 앞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더라도,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사 가입자 수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창국 LG유플러스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장은 지난 6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G유플러스가 인터넷TV부문에서 2030세대 1~2인 가구, 아이를 둔 부모 등을 주요 고객층으로 주력하고 있는 점도 디즈니플러스가 지향하는 방향에 부합한다"며 "LG유플러스가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들과 협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콘텐츠 제휴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다른 통신사들도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웨이브, 플로와 연계한 요금제를 선보였고, KT 역시 시즌, 지니뮤직 등을 활용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공룡 기업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자,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대한 통신3사의 구애 경쟁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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