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세계적인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헌법 소원할 가능성 있어
한·미 FTA에 위배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를 내세워 통상 압박할 수도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인지 성급한 입법에 불과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변승규 님/캐리커처=디미닛
변승규 님/캐리커처=디미닛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법은 구글, 애플과 같은 앱(app) 마켓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앱 마켓에서 모바일 콘텐츠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높은 수수료율을 강제하는 구글, 애플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실제로 입법까지 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입니다. 그래서 해외 앱 개발자들이 한국의 결정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1963년 케네디가 공산진영의 위협을 받고 있는 서베를린 시민들을 격려하며 '전세계의 모든 자유인이 베를린 시민'이라고 선언한 것과 같이 '오늘날 전세계의 모든 개발자들이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적극 환영했고, 국내에서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각종 콘텐츠 창작자 단체 등이 이번 개정안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이번 개정안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고, 국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을 대표하는 아이티아이(ITI), 넷초이스(NETCHOICE) 등이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구글·애플, 이번 규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 높아

물론 이러한 찬반 여론이 들끓는 것과 관계없이, 구글이나 애플이 이번 규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어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는 세계 4위 수준으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지만, 이번 법률이 세계적인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이나 애플 등은 이번 개정법에 대해 헌법 소원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므로, 효력을 없애 달라고 청구하는 것입니다. 이들 기업은 통합된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인앱결제 시스템은 플랫폼 사업의 본질적 내용이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금지하는 행위는 플랫폼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인앱결제 결제시스템이 플랫폼 사업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인앱결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헌법 소원이 아니더라도 구글과 애플은 국가(미국)를 내세워 통상 압박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이번 개정법이 실질적으로 구글과 애플을 타겟으로 하는 만큼 개정법이 미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규제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차별금지 원칙–내국민 대우'에 위배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앱 마켓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미국 기업만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글과 애플이 이번 개정법 규정을 피해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개정법이 전세계 플랫폼 및 콘텐츠 시장의 지형을 바꿀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인지, 사려 깊지 못한 성급한 입법에 불과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변승규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변승규 님은?

법무법인 세움의 파트너 변호사다.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주요 업무는 투자 및 인수합병(M&A), 엑셀러레이터 및 컴퍼니빌더 자문, 창투사·프라이빗에쿼티(PE)·신기사 등록 및 운영에 대한 자문이다. 퓨처플레이제1호개인투자조합 외부 투자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 스타트업 관련 강연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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