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원 들어간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돌아간 이익은 20억원
적은 돈은 아니나 세계적 흥행 고려시 제작사 입장에선 아쉬운 금액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소송전, 올 6월 SK브로드밴드 손 들어준 법원
계약서 없어 쉽게 끝나기는 어려워...계약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사례

변승규 님 / 캐리커처=디미닛
변승규 님 / 캐리커처=디미닛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더니, 누적 시청자가 1억명을 넘겨 넷플릭스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이 벌어들이는 돈은 없다는 푸념이 들려옵니다.

이용자들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사, 콘텐츠 제공자(플랫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통신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콘텐츠가 성공했을 때, 이들이 똑같이 이익을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220억원을 지급하고, 오징어 게임의 저작권 등 일체의 권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가 200억원이라고 하니,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돌아가는 이익은 20억원이 전부입니다. 20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을 생각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이 부당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제작사는 작품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20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지만, 넷플릭스는 작품이 실패해도 22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예상보다 크게 성공해서 그렇지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만합니다. 제작사도 계약의 내용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을 것입니다. 황동혁 감독도 아쉽기는 하지만 알고 시작했고, 알고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소송전, 계약서의 중요성 잘 보여준 사례

오징어 게임 때문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의 소송전도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트래픽 때문에 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으므로, 그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통신사가 전송을 무상으로 하는 것은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고,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만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입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는 내용, 사용자, 플랫폼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차별 없이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일단,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채무부존재확인 사건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항소했으므로 아직 승부가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네트워크의 사용량이 증가하면 자연히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때 늘어난 비용을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부담할 것인지, 넷플릭스와 같은 CP(콘텐츠 제공자)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밥을 먹고 나면 누군가는 설거지해야 하는데, 누가 할지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입니다. 

넷플릭스와 오징어 게임 제작사 사이에는 계약서가 있으므로, 분쟁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는 계약서가 없으므로 다툼이 쉽게 끝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법률관계에서 계약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글=변승규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변승규 님은?

법무법인 세움의 파트너 변호사다.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주요 업무는 투자 및 인수합병(M&A), 엑셀러레이터 및 컴퍼니빌더 자문, 창투사·프라이빗에쿼티(PE)·신기사 등록 및 운영에 대한 자문이다. 퓨처플레이제1호개인투자조합 외부 투자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 스타트업 관련 강연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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