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K콘텐츠' 대장주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이 명성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부터 감익구간에 진입했고, 주가 역시 올초 대비 8% 가량 빠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 부진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전년동기대비 ▲전체 방영 편수가 감소했으며 ▲CJ ENM 채널 외 편성 다각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바꿔 말해 '많은' 작품을 '다양한' 채널에서 편성하게 되면 추가 성장 동력(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Q. 스튜디오드래곤 전체 방영 편수가 감소한 원인은?

A. CJ ENM 채널로의 편성(캡티브)이 줄어든 탓이다. 올해는 특히 OCN 채널의 편성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 채널은 '신의 퀴즈' 시리즈, '뱀파이어 검사' 시리즈, '특수사건전담반 TEN' 등 장르물 위주로 편성이 이뤄진다. 시청률 구간은 다소 낮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채널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OCN은 채널 편성 '슬롯'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CJ ENM은 '수목' 블록에 '월화' 블록까지 편성을 확대하며 채널을 키우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제작비 효율화의 명목으로 편성 작품을 축소하고, 애초 예정된 편성작도 tvN과 동영상서비스(OTT) 티빙으로 내어주고 있다. OCN 대표 시리즈 '보이스' 편성이 tvN으로 넘어간 게 대표적 사례다. 

안정적인 공급처였던 OCN 채널 슬롯이 줄어들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드래곤이 OCN 채널의 작품 수급을 담당해온 탓이다. 2018년 OCN에서는 총 9편의 드라마가 방영됐는데 9편 모두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사진=스튜디오드래곤

Q. 판매 채널 다각화가 부진했던 원인은?

A.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향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2분기 지식재산권(IP) 판매 호조로 최고 실적을 썼던 것의 역기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2분기 '더킹: 영원의 군주'와 '하이바이, 마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루갈(14부)' 등 4개 신작을 비롯해, '도깨비'와 '나의 아저씨' 등 구작 드라마까지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그 결과, 시장기대치를 10% 가까이 상회한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상대적으로 대작 드라마(텐트폴) 작품이 부재한 것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은 '빈센조' 이후 대작이 부재하고 화제성도 높지 않아 주가 조정을 받은 상황"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에 선판매된 작품이 2편 정도에 그쳐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스튜디오드래곤의 대작 '아일랜드'와 '환혼'이 내년으로 공개 일정이 이연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아일랜드' 등 규모가 큰 작품들은 내년 편성으로 미뤄지고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들로 편성됐다"며 "구작의 중국 판매 지연 등도 고려해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직전 대비 약 90억원 낮췄다"고 전했다.


Q. 스튜디오드래곤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A. 캡티브 채널 편성 축소는 비캡티브 채널 확대로 방어할 수 있다. 캡티브 채널은 안정적인 수요처라는 장점이 있지만, 또 다른 말로는 타 채널과의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단점도 존재하는 탓이다. 기존 사업자들과 장기 파트너십이 체결돼 있지 않은 중소형사들은 특성상 여러 곳과 협상을 할 수 있다. 에이스토리, NEW, 삼화네트웍스 등 중소형 제작사 주가의 상승과 하락폭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외 플랫폼이 늘어나며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달엔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공룡 OTT 한국 진출이 이뤄진다.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연달아 전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면서, OTT 업체들 간 콘텐츠 주문 건수가 경쟁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번 분기 스튜디오드래곤 판매 매출은 6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성장했다. 매출 비중은 55.9%로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했다. 넷플릭스 '갯마을 차차차'와 티빙의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 '유미의 세포들' OTT 향 콘텐츠 제작으로 인한 고성장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판매단가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작 평균판매가격(ASP)가 전년동기 대비 34% 상승했다"며 "평균 제작비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쿱율(제작비 회수율)이 상승해 이익이 좋아졌고, 매출총이익률(GPM)은 지난해 13.8%에서 올 1분기 20.2%를 기록해 6.4%포인트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사진 = 스튜디오드래곤
사진 = 스튜디오드래곤

Q. 스튜디오드래곤 내년 매출 전망은?

A. 시장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부터 비캡티브 채널 확대가 본격 이뤄지는 덕분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애플TV와 미국 오리지널 작품인 'The Big Door Prize'를 제작한다. 내년 초 크랭크인 및 하반기 방영 예정이다.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리메이크 등 추가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스위트홈 2' 등 5편의 오리지널 편성을 확정해 제작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시장 진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한국 드라마의 한편 제작비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에피소드당 제작비 100억원의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프로젝트가 1년에 5개, 각각 1개 시즌만 진행해도 스튜디오드래곤 1년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총 18개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더불어 내년으로 공개가 이연된 '아일랜드'와 '환혼'을 비롯해 '불가살', '방과후 전쟁활동', '우리들의 블루스' 등의 대작들도 연이어 대기 중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방영될 'The Big Door Prize'는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글로벌 OTT와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같이 작품을 제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미국 시장 포문을 열었기 때문에 추가 시리즈 오더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고,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4분기부터 넷플릭스가 선제적으로 스튜디오드래곤에 계약 요청을 하는 등 오리지널 공급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플러스에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 가능성도 있어 내년 실적 전망 추가 상향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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