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캐리커쳐=디미닛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캐리커쳐=디미닛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4년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는다. 법관 출신으로 리스크 관리에 특화됐던 김상헌 전 대표와 커머스 전문가 한성숙 대표를 잇는 새 인물은 결국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의 다음 목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GIO는 오로지 '글로벌 네이버'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17일 네이버는 정기 이사회를 개최, 차기 대표 인선 과정과 경영쇄신 및 조직개편 윤곽을 결정한다. 변대규 이사회 의장 등 이사회 멤버가 모두 참석해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전망이다.

네이버의 이사회는 2021년 3분기말 기준 사내이사 1명(한성숙), 기타비상무이사 1명(변대규), 사외이사 4명(정의종, 이인무, 정도진, 이건혁) 총 6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GIO는 네이버의 의결권 보유 주식  612만9725주를 보유, 지분율은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창업주로서 이사회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로 네이버 커머스 사업을 키워낸 한성숙 대표가 사실상 퇴진의사를 밝힌 가운데, 관련업계에선 보다 젊고 글로벌을 지향하는 새 인물이 네이버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동 대표와 단독 대표설이 분분한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대부분 30대~40대로 좁혀진다.

수년간 차기 리더의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던 '네이버의 안방마님'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필두로 네이버의 디자인사업을 주도해온 김승언 아폴로 CIC 대표, 이윤숙 포레스트 CIC 대표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들 대부분 기존 한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문영역을 통해 이 GIO를 비롯, 네이버 이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온 인물들이다. 이밖에도 네이버의 근원인 검색기술의 책임자 김광현 서치앤클로바 CIC 대표와 캠프모바일의 대표를 지냈던 김주관 그룹&CIC 대표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사실 이 GIO의 오랜 벗으로 아시아 대표 메신저 라인을 일궈낸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의 경우, 일본 내 커머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실제 네이버 대표직을 맡을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게 업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다만 신 대표가 국내 AI 사업에 대해 줄곧 관여해온 만큼, 이번 조직개편과 더불어 네이버의 기술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히려 네이버 내부에선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 사업부 책임리더를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네이버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사명까지 바꾼 상황에서 네이버 역시 젊은 글로벌통에 지휘봉을 맡겨야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최 리더는 경험부족 이야기는 있지만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실력이 출중해 이 GIO의 신임이 두텁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 책임리더가 이끄는 글로벌사업 지원부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이지만 조직원이 최 책임리더를 포함해 3명뿐이다. 연간 매출 5조원이 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이끌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젊은 글로벌향 인재와 내부 리스크 관리형 인재를 동시에 앉히는 투트랙 체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 리더를 보필하고 내외부 리스크를 관리해줄 인물이 함께 지휘봉을 잡는 방식이다. 실제 카카오의 경우, LG그룹 출신으로 내외부 소통에 능한 여민수 대표와 디자인 전문가로 실무에 능한 조수용 대표 체제로 퀀텀점프를 이뤄낸 바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네이버 이사회가 올 연말까지 4명의 CXO(CEO, CFO, CCO, COO)중심 체제를 없애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경영 쇄신에 착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젊은 리더가 대표가 될 경우, 결국 집단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이번 조직개편을 촉발했지만, 사실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이 GIO의 결단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