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비 사태로 본 NFT
미술이든 게임이든 중요한 것은 콘텐츠
업계 자율규제 시스템 구축해야

/ 사진=업비트 공지사항
/ 사진=업비트 공지사항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광풍으로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기업들이 NFT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NFT가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NFT는 기술일뿐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은 콘텐츠란 설명이다.

특히 최근 '업비트 NFT'에서 콘텐츠 문제로 인해 NFT 판매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계는 콘텐츠에 집중해야할 뿐만 아니라, NFT를 검증할 수 있는 자율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NFT면 다 된다고? 경종 울린 '그림비' 사태

지난 8일 업비트 NFT는 '그림비' 작가의 NFT 판매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판매 진행이 예정되었던 그림비 작가의 ▲캠핑 ▲유성 ▲빗소리 작품은 이미 다양한 아트 상품 형태로 유통이 되었던 작품이기에 이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고, 판매자인 엑스바이블루가 이러한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예정된 드롭스에 대한 연기를 업비트에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 판매가 된 작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NFT만 적용해 팔려고 한 것에 대해 엑스바이블루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문제재기를 한 것. 이는 커뮤니티가 NFT의 가치를 위해 자율규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행위가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엑스바이블루의 '디스코드' 채널에는 그림비 작가의 작품에 NFT를 적용해 판매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글이 상당했다. 

 이용자들이 엑스바이블루 디스코드 커뮤니티에 비판을 쏟아냈다. / 사진=디스코드
이용자들이 엑스바이블루 디스코드 커뮤니티에 비판을 쏟아냈다. / 사진=디스코드

한 이용자는 "그림비 작가가 오프라인에서 이미 팔았던 작품을 또 내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며 "실물 아트에서도 하면 욕을 먹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이용자 역시 "이제 시작단계인 NFT 마켓이 처음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며 "가상자산이었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엑스바이블루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판매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어떤 NFT든 중요한 건 콘텐츠

이는 미술, 디지털 아트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NFT 게임 열풍이 불고 있는 게임업계 역시 NFT 자체보다 게임성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이 재미 없으면 NFT 기술이 적용됐다 하더라도 흥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리스트를 제공하는 플레이 투 언에 따르면 700개 넘는 NFT 게임들이 있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소수다. 

위메이드의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 사진=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의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 사진=위메이드 제공

반면 검증된 콘텐츠에 NFT를 더해 흥행에 성공한 게임도 있다. 지난 8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게임성이 검증된 MMORPG '미르4'에 가상자산과 NFT를 도입해 글로벌 출시하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식 출시 당일 총 11개 서버에서 시작한 미르4는 현재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 인도, 북아프리카·중동 권역에서 총 207개 서버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 15일 한때 미르4가 NFT 게임의 대장격인 '엑시 인피니티'의 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뛰어넘기도 했다. 

이밖에도 업비트 NFT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협업을 진행하고, 블루베리NFT는 국내 프로스포츠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NFT 사업을 진행하려는 기업들이 콘텐츠와 IP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학계, NFT의 정의 제대로 알아야...자율규제 한목소리

NFT 광풍 전부터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온 학계에서는 NFT에 대한 몰이해를 꼬집으며 가상자산 업계가 자정작용 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사회 전체적으로 NFT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낮다"며 "무엇보다 NFT가 무엇인지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NFT는 블록체인 상 등록돼 있는 등기권리증"이라며 "불법 복제를 원천 차단해주는 것이 아니라 원복과 복제품을 구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MCH+ 미디엄
/ 사진=MCH+ 미디엄

이어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아파트 가격은 등기권리증이 아니라 아파트가 좌우 하는 것"이라며 NFT와 연동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대다수의 사업은 탈중앙화 돼 있기 때문에 자정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업계가 자정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NFT 발행과 판매를 보면 가상자산 공개(ICO) 때와 비슷하다"며 "자정작용이 없다면 사기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번 사기처럼 보이면 다 같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NFT를 적용할 콘텐츠를 평가할 수 있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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