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 정지훈/사진=LCK 제공
'쵸비' 정지훈/사진=LCK 제공

2020년, 젠지e스포츠(젠지)는 '반지원정대'라 불렸던 최강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톱라이너 '라스칼' 김광희,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 원거리딜러 '룰러' 박재혁, 서포터 '라이프' 김정민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모으는데 성공했죠.

하지만 영화대로, 첫번째 반지원정대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최강 라인업이라 불렸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젠지의 첫번째 반지원정대는 별다른 결과 없이 해체됐습니다. 2021년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젠지는 또 한번의 반지원정대를 결성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또 한번 최강 라인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라인업에는 각 라인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 놓은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누가봐도 중심에는 '쵸비' 정지훈이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쵸비'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습니다. '쵸비'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도란' 최현준과 '리헨즈' 손시우를 데려왔고 경험 많은 베테랑 정글러 '피넛'을 배치했습니다. '쵸비'를 중심으로 완벽한 팀워크를 구사할 수 있는 라인업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쵸비'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결연했고, 어느 때보다 진지했습니다. 젠지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있지만 그래도 신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어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죠. 물론 완벽한 경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승리를 했다는 부분에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부담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없어요. 하지만 기대를 받는 만큼 실력이 좋으면 그것이 부담감이 될 수 없어요. 내가 잘하면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실력을 끌어 올리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담원과 힘든 싸움을 펼치고 나서도 '쵸비'는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부담감을 떨치지는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즉,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충분히 잘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정말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동료들 덕분에 2세트를 이기고 3세트까지 끌고 와서 역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료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담원전 MVP는 '도란'이라고 생각해요. 2세트에서는 정말 '롤의 신'인 것 같았거든요. 3세트 활약으로 제가 MVP를 받긴 했지만 앞으로 1, 2세트만큼 못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목표입니다."

'쵸비'에게 몰린 관심과 기대, 물론 그것을 떨쳐내는 것도 그의 몫입니다. '쵸비'가 잘하는 미드라이너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지금 최고의 환경에서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동료들에게 나를 믿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아직까지는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부담감이 있는 것 같지만 다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진다면 부담감을 떨치고 동료들이 믿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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