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출혈로 숨을 거둔 쿠팡 근로자의 사망 원인을 두고 또다시 쿠팡과 민주노총이 극한대립을 보여 이목이 쏠린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늦어진 후송과정을 돌보지 못한 보건당국 대신 쿠팡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민주노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노총의 쿠팡 공세가 하루이틀일이 아닌데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전에 몰두하는 것에 대해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물류센터에서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11일 뇌출혈로 사망했다"며 "고인은 동탄물류센터에서 2021년 12월24일 일하다 쓰러졌고 이후 의식을 잃은 채 50여일간 사경을 헤매다 5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쿠팡이 근로자 죽음을 방조했다는 것. 그러나 쿠팡 측은 "119 신고 후 구급차가 늦게 도착한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병상부족으로 1시간가량 병원 후송이 늦어져 의식을 잃었는데도 보건당국에게 책임을 따지지 않고 쿠팡이 늑장대응을 했다는 일관된 주장의 성명서를 내놓은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쿠팡 측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는 12월부터 뇌출혈 치료를 이어온 데다 주당 평균 33시간 일해왔다. 노조 측이 지적한 무리한 육체적 노동과 근로환경을 탓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구급차가 동탄물류센터에서 차로 15~18분 거리의 오산 한국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코로나로 병상이 없어 진료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급차 대원은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거절, 결국 12시 50분쯤 20km가 떨어진 동수원 병원으로 후송하며 병세가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쿠팡이 아니라 구급의료체계를 지휘하는 병원이나, 보건당국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수순이지만 노조는 여기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숨진 직원이 구급차 현장 도착 전까지 현장 직원들의 발 빠른 구급조치를 받다가 병상 부족으로 병원 후송이 늦어졌는데도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병원 이송까지 1시간이 걸린 이유를 쿠팡의 부족한 현장 대처로 책임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노조 측이 문제를 제기한 살인적 업무량 역시 왜곡돼 여론에 전달되고 있다는 게 쿠팡 측의 항변이다. 쿠팡 측은 "해당 직원은 물류센터에서 물건 전산 등록, 직원 신규 교육 등의 일을 해왔으며 주간조로 주당 평균 33시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노씨가 일한 실내 일터 온도는 13도 이상의 적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노조는 노씨에게 강도 높은 업무가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있고, 물건을 운반해 분류하는 일명 '까대기' 업무 역시 해당 직원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도높은 육체노동,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갑작스럽게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