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A12'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 A12' /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A12'입니다. 이 제품은 무려 5180만대가 출하돼 스마트폰 단일 모델 중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 5000만대를 돌파한 모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음으로 잘 팔린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 12'였습니다. 그 다음은 '아이폰 13', '아이폰 11' 순입니다. 중간에 샤오미의 '레드미 9A'가 이름을 올렸고, 다음 순위부터 다시 '아이폰 12 프로 맥스', '아이폰 13 프로 맥스', '아이폰 12 프로', '아이폰 13 프로' 순입니다. 10위권 마지막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A02'가 보입니다.

이 순위를 놓고 보면 값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이미 애플이 '싹쓸이'한 모습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장 저렴한 두 모델만 남았습니다. 순위에 오른 삼성과 애플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 차이는 5배 이상입니다. 애플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매출을 쓸어 가고, 삼성전자가 저렴한 제품으로 물량을 지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저렴한 아이폰이 온다

오는 9일 애플은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에게 굉장히 거슬리는 제품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역대 가장 저렴한 아이폰이라는 3세대 '아이폰 SE' 입니다.

애플은 철저한 고가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며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SE'라는 타이틀로 애플 제품 치고는 가성비가 높은 보급형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 SE' /사진=애플 제공
애플 '아이폰 SE' /사진=애플 제공

지난 2020년 선보인 2세대 '아이폰 SE'는 '아이폰8' 시리즈를 베이스로 당시 플래그십 제품에 들어가던 최신 칩셋인 'A13 바이오닉'을 탑재한 제품으로, 아이폰의 반값 수준인 399달러에 출시됐습니다. 이 제품은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 붙던 시기에 나와 짭짤한 판매량을 거뒀습니다.

보급형으로 재미를 본 애플은 이달 2년 만에 신제품인 3세대 아이폰 SE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겉모습은 2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5G를 지원하고 최신 칩셋을 탑재해 가성비를 어필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격이 전작보다 100달러 더 저렴해진 300달러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개도국 5G 시장 공략 나선 애플

애플은 가장 저렴하게 아이폰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3세대 아이폰 SE를 필두로 개도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5G 보급이 확산되는 인도, 베트남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보급형 아이폰으로 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 / 사진 = 애플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 / 사진 = 애플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이미 애플은 하드웨어만 파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유효한 전략입니다. 애플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나서는 건 비록 저렴한 제품이라도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는 진입로를 만들어 놓으면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 다른 연동 제품은 물론, 애플TV, 애플뮤직, 애플아케이드 등 애플의 구독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갤럭시 A', '갤럭시 M' 등의 중저가 제품군으로 이 시장을 지켜온 삼성전자 입장에선 보급형 시장마저 애플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애플이 완벽하게 장악해 파고들 틈도 없게 된 중국 시장처럼 말이죠.


프리미엄 이어 보급형 시장까지 장악 노린다

만일 애플이 중저가폰 시장까지 잠식해간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2억7000만대, 애플이 2억3790만대로 시장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출하량을 6% 늘린 데 반해 애플은 무려 17%가 늘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매출 현황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폰 시장 매출 현황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매출 기준으로는 차이가 더 극명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은 1960억달러로 점유율이 43.8%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은 720억원의 매출을 올려 16.1%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애플의 매출 점유율은 2019년 35.8%, 2020년 38.2%로 매년 상승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 '갤럭시 노트', '갤럭시 Z' 등의 플래그십 제품들이 출하량 상위권에 한 제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갤럭시 A' 시리즈의 판매량마저 끌어 내린다면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만으로도 힘이 부친 상황인데, 보급형 시장까지 넘보는 애플이 얄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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