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의 높은 성능을 앞세워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이르는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자체에선 이렇다 할 '혁신'은 보이지 않지만, 압도적인 '두뇌'를 앞세워 시장 우위를 지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형폰에 최신 칩셋…독특한 변종 '아이폰 SE'
9일 애플은 '정점을 엿보다'(Peek Performance)라는 타이틀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새로운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와 차세대 아이패드 에어, 새로운 데스크톱 PC '맥 스튜디오'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아이폰 SE는 예상대로 5G 통신 기능과 함께 아이폰 13과 같은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번 3세대 아이폰 SE 역시 전 세대 제품과 동일하게 '아이폰6' 때부터 사용하던 홈 버튼이 달린 디자인에 4.7형 디스플레이를 다시 활용했으며, 칩셋만 최신형으로 바꾸는 전략을 취했다. 가격은 예상보다 다소 비싼 429달러(국내 출시가 59만원)부터 시작된다.
아이폰 SE는 구형 스마트폰에 고성능 '두뇌'가 탑재된 어색한 조합이지만, 100만원대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폰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A15 바이오닉이 경쟁사 제품 대비 1~2세대 앞선 성능을 갖췄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다만 작은 디스플레이와 싱글 카메라 등은 시대에 맞지 않는 스펙이라는 평이다.
애플은 가장 저렴한 아이폰인 아이폰 SE를 통해 5G 교체 수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5G 가입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의 통신사들도 아이폰 SE를 적극적으로 밀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5G 보급이 본격화되는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를 위해 아이폰 SE가 전략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M1' 시리즈 끝판왕 'M1 울트라' 등판
애플은 자체 개발한 고성능·저전력 시스템온칩 'M1' 생태계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경쟁사의 동급 제품 대비 우월한 칩셋 성능은 당분간 애플 제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선보인 애플의 5세대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패드 프로'와 동일한 'M1'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M1 탑재를 통해 아이패드 에어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성능은 최상위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와 동일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디스플레이 성능 등에서는 두 제품 간에 차이가 난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애플 실리콘 제품인 'M1 울트라'도 선보였다. M1 울트라는 지난해 차세대 맥북 프로와 함께 공개한 'M1 맥스' 칩셋 2개를 결합한 제품으로, 애플의 새로운 패키징 아키텍처인 '울트라퓨전'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2.5TB/s에 달하는 프로세서 간 대역폭을 확보해 하나의 칩으로 작동한다.
M1 울트라는 20코어 중앙처리장치(CPU), 64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32코어 뉴럴 엔진과 함께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로 구성 가능하다. 이 칩셋은 이날 새롭게 선보인 '맥 스튜디오'에 최초로 탑재된다.
M1 앞세워 프로페셔널 시장 확장...'맥 스튜디오' 공개
애플은 이날 사진과 영상 작업을 주로 하는 프로페셔널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데스크톱 PC '맥 스튜디오'를 공개했다. 최근 애플이 맥 미니를 기반으로 맥 프로급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 중이란 루머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 올해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될 것이란 예상보다 이른 등판이다.
애플에 따르면 맥 스튜디오는 M1 칩셋 탑재로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아이맥은 물론 맥 프로와 비교해도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M1 울트라를 장착한 제품의 경우 최대 18개의 8K 프로레스(ProRes) 422 동영상 스트림을 재생할 수 있는데, 이는 현존하는 다른 어떤 컴퓨터도 수행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강력한 성능과 달리 외관은 가로, 세로 19.7cm, 높이 9.5cm 크기의 아담한 모습으로, 후면에 4개의 썬더볼트(Thunderbolt) 4 포트, 1개의 10Gb 이더넷 포트, 2개의 USB-A 포트, 1개의 HDMI 포트, 오디오 잭 등을 갖춰 풍부한 연결성을 제공한다. 전면에도 2개의 USB-C 포트와 SD카드 슬롯을 장착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27형(68.3cm) 5K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및 오디오 기능을 갖춘 모니터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제품은 1470만 화소, 600 니트의 밝기, P3의 넓은 색영역, 10억개 이상의 색상 지원으로 생생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가격은 209만원부터 시작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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